여름 북해도 여행 6 - 2018. 7.26. 아바시리와 시레토코
여행 6일째, 어느 새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위도가 높은 곳이라 해가 참 빨리 뜬다. 새벽 3시 반 정도면 날이 훤하여 커튼을 꼭 여미고 자야 한다.
아침조식 포함 숙박이라 이르게 아침을 먹는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음식의 종류가 많다. 요구르트, 우유 등이 좋다. 옥수수밭이 많이 보이더니 옥수수스프도 부드럽다. 오랜만에 아침은 느긋하게 많이 먹는다. 여행은 속이 든든해야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남으로 내려와서인지 기온이 올랐다. 따끔거릴 정도로 햇살이 날카롭다. 아바시리는 겨울철이면 바다에 떠 있는 유빙을 보러오는 곳인데 여름이라 딱히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그래서 아바시리 감옥박물관과 홋카이도 도립 북방 민족박물관을 들렀다.
아바시리 감옥박물관은 1890년에 세워진 아바시리 감옥을 이전, 복원, 재현 건축한 것으로 25개의 건물 중 8동이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이며, 6동이 등록 유형문화재이다. 당시 죄수들을 홋카이도 개척사업에 투입했다고 하는데 힘든 노동으로 상당수가 숨졌다고 한다. 감옥건물이라 목조이지만 검은 색이 강하여, 밖에 여름꽃들이 화창하게 피었지만 둘러보는 마음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북방민족박물관은 그린란드의 에스키모에서부터 스칸디나비아의 라프에 걸친 북방 민족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곳이다. 북방민족의 생활용품들을 의식주로 분류 전시해 두었다. 입구에 북방민족들의 옷을 전시하고 직접 입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두 박물관 다 살아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인위적으로 갇힌 감옥이나 날씨라는 자연에 갇힌 감옥이나 그 속에서 살아내야 하고 견뎌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바시리에서 시레토코곶으로 가는 길은 바닷가 해안길이다. 시레토코반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시레토코 관광안내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슴고기햄버거가 유명하다는데 사슴고기카레를 시켜 먹었다. 사슴고기를 갈아서 소스에 얹은 것이었는데 사슴고기를 햄버거 패티처럼 주는 것으로 착각해서 음식이 잘못 나왔다고 바꿔달라고 하는 해프닝이 잠시 있었다.
시레토코반도에서 제일 유명한 시레토코 5호 중 첫 번째 호수까지 걸어 갔다. 5개의 호수가 이어져 있는데 1호까지는 언제든 갈 수 있지만 나머지 코스는 5월에서 7월 불곰이 나타나는 시기에는 안전교육을 받고 가이드와 함께 가야한다고 한다.
시레토코 연봉을 바라보면서 조릿대가 자라는 구릉 가운데로 나무로 만든 데크를 곡선으로 만들어 놓았다. 날이 너무 더우면 그늘이 없어서 힘들 것 같았지만 바람이 산들거려서 걷기가 좋았다. 햇살을 가릴 수 있는 양산이나 모자가 필수...시레토코 1호까지 3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작은 늪지 위에 시레토코 연산이 반영으로 떠 있다.
시레토코 반도의 동서쪽인 사리와 라우스를 잇는 횡단도로의 전망대가 있는 시레토코 고개를 올랐다. 멀리 능선이 보이는데 순식간에 안개가 올라와 그 봉우리들을 가리기도 한다.
고개를 내려와 해안선 길가에서 보이는 오신코신폭포에 들렀다. 80m 높이에서 떨어지는 2개의 폭포 가까이 가니 물보라가 얼굴까지 끼얹어져 시원함을 더한다.
마슈호수로 가는 길은 얕은 구릉지가 이어진다. 노랗게 익은 밀밭과 초록의 감자밭,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물빛이 아름답다는 마슈호수는 호수 근처에 오르니 안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많이 끼었다. 바로 앞 차의 꽁무니도 못 알아볼 정도의 물안개다. 호수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촉촉한 물안개만 얼굴에 가득 끼얹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여름 야생화들만 물에 젖어 생생해 보였다.
숙박지인 구시로에 도착하니 제법 어두워졌다. 6시까지 연다는 왓쇼시장은 이미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의 해산물 시장 비슷한 곳이라고 한다. 그 옆에 문을 연 ‘간베키 로바타’라는 야외 천막 로바다야끼집으로 갔다. 티켓을 구입한 다음 원하는 가게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골라 자리를 잡으면 석쇠에서 즉석으로 구워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골라온 새우, 오징어, 조개 등을 구워 먹는 재미가 색달랐다. 눈이 내린 겨울이라면 숯불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것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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