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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풍경539

다림질 여름날은 무더위에 잠을 설치지 않아도 해가 일찍 뜨니 눈도 일찍 떠 진다. 해 뜨기 전 텃밭에 나가 잡초 한 줌 뽑는 할머니처럼 나도 일어나 해 뜨기 전 어스름 속에서 잠시 한낮의 열기를 피해 본다. 어제 해 둔 빨래를 걷어서 오랫만에 다림질을 해 본다. 빨래가 뽀송뽀송 잘 말랐다 싶어도 다림질을 하면 또 다른 촉감으로 만들어진다. 오래 입은 옷일수록 순하게 다림질이 되고 새옷은 아직 제 고집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열기가 가해지고 압력이 가해지면 굵은 주름이나 가는 주름이나 말끔이 펴진다. 구김살 없는 아기 같은 옷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슥삭슥삭 세월이 만든 고랑을 정갈하게 지워보는 여름날이다. 2023. 8. 3.
달항아리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비추어서 보아 내마음에 담긴 달항아리... 2023. 5. 3.
오늘의 호사 사월 어느 날 갓 핀 수수꽃다리 한 가지 화병에 꽂고 건넌방에서 은은히 들리는 아침라디오 소리에 갓 볶은 커피향 햇살 속으로 진하게 스미어 온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오감으로 감싸안은 오늘의 호사 2023. 4. 21.
읍내 산책 2022년 9월 태풍 난마돌이 지나간 뒤끝이 바람에 아직 남아 있다. 덕분에 날은 시원해졌고, 공기는 맑아졌다. 여름 동안 긴 머리카락을 가을맞이 겸 자르려고 미용실에 갔다가 나와 오랜만에 용소웰빙공원을 들렀다. 공원입구쪽 왼편길로 난 둑에 나무그네들이 여러 개 놓여 있고 그 둑 아래 언덕에 억새들이 이제 피려고 햇살 아래 웅성거리고 있다. 나무그네에 앉아 용소저수지를 보면서 물멍해도 좋을 듯하였다. 왼편길로 걸어가면 숲길이 나온다. 그늘이다. 숲 기슭에서 늦게 핀 보랏빛 꿩의다리을 발견하였다. 반가웠다. 숲길이 끝나고 데크길로 내려서 습지를 지나다보니 습지 안에는 물을 맑히는 고마리가 지천이다. 건너편 데크길의 메타세쿼이어는 어느 새 키가 훌쩍 자라서 그늘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그 옆 언덕에 꽃무릇들이.. 2022. 9. 22.
봄바다 바람이 바람나 떠나버린 봄바다 해녀 숨비소리에 일렁이는 푸른 질감... 2022. 4. 19.
심플라이프-아타오와 나의 어머니 퇴직을 한 지 어느 새 2년이 지났다. 퇴직을 하니 먼저 해방감이 밀려왔다. 초등학교 입학하고부터 50년 넘게 학교와 학교과 관련된 기관에서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일의 반복을 50년 이상 해 온 것이었다. 그 해방감이 제일 먼저 온 것이다. 그 다음은 '느리게 천천히'라는 일상이 왔다. 하고 싶은 일만 원하는 시간에 하면 되니 시간에 얽매여서 파닥거리면서 해야했던 일들이 강요되지 않은 일상이다. 비 오는 월요일 느긋하게 일어나 빗속을 바삐 움직이는 차들을 내려다보면, 아, 저 행렬 속에서 벗어났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낄 때도 있다. 아주 게으르게 빗소리를 듣는 호사를 누리거나, 보고싶었던 영화를 하루종일 보아도 해야할 숙제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바깥활동에 제한이 있으니 자연히 집에서 지내는 .. 2022.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