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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기, 여행기/해외여행

이집트 여행 1-출발, 두바이

by 뭇새 2020. 7. 11.

2020년 3월 3일 화

  김해공항 근처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태워주는 봉고를 타고 김해공항 국내선에 도착하였다. 16시 40분 국내선 대한항공을 탄다. 잠시 타는 사이 승무원들은 음료수 한 잔씩을 가져다 준다. 토마토쥬스를 마신다. 김포에 도착하여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열차를 탔다. 열차 안은 코로나의 여파인지 승객들이 적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여행사 가이드와 만날 곳으로 가기 전에 저녁을 먹었다. 공항에 사람들이 이렇게 없다니...그나마 괜찮아보이는 곳에서 강된장비빔밥을 시켰다.

 

  공항 안 은행에서 유로와 달러로 환전을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모이기로 한 장소 근처에 가니 마스크를 하고 여행가방을 든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가이드가 와서 인사를 한다. 그리고 바로 출국 수속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 면세점 구경을 한 다음 23시 50분 인천 출발 EK 323항공기를 탔다.

  큰 비행기인데 우리가 탄 칸은 많이 비어 있어서 한  사람이 서너 좌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밤비행기라 밖을 볼 것도 없으니 대부분 좌석에 누워서갈 수 있을 정도였다. 아랍에밀리에트 항공은 하늘 위의 궁전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라는데  앞뒤 간격이 넓어서 갑갑한 마음은 덜 들었다. 10시간 10분 걸려서 두바이에 도착했다. 기내에서 두 번의 밥을 먹었다. 다행히 김치도 주고 아침은 죽을 주기도 하여서 먹을 만하였다. 두바이 시간으로는 새벽 5시에 도착하였다. 시차가 5시간이다보니 하루가 29시간이 된 셈이다.

두바이공항

  수속을 마치고 나가니 두바이 현지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다. 날씨가 다르니 겉옷을 하나 벗고 신발도 편한 것으로 갈아 신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어 시간을 때울 겸 바닷가에 있는 칠성급 호텔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버즈알아랍, 아랍의 탑이라는 뜻이란다.

버즈알아랍

호텔에  투숙하거나 레스또랑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한 출입을  제한한 탓에 바닷가에서 멀리 건축물만 보았다. 아쉽게도 해는 바다쪽이 아니라 반대쪽에서 뜨고 있었다. 호텔 앞이 공사중이라 사진에서 많이 보던 물 위로 솟은 배와 같은 풍광을 느낄 순 없었다. 어느 방향에서 건축물을 보는가에 따라, 사진을 어느 시간에 찍는가에 따라 눈으로 보는 것과 렌즈로 보는 것은  항상 큰 차이가 있다.

 

  아랍어로 souk은 시장이란 뜻이란다. 이곳 또한 이른 시간이라 문 닫힌 시장 안을 구경하였다. 우리는 시장이라고 하면 그냥 지붕 없이 난전으로 펼쳐진 곳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여기는 지붕이 덮혀 있는 어둑한 공간이다. 문 닫힌 시장에는 묘한 정적이 흐른다. 닫힌 찻집의 창문 너머로 아침빛이 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르게 문을 연 찻집에 들어가 차 한 잔을 마시며 자유시간을 가졌다. 낯선 나라에서의 커피 한 잔과 초코케익 한 조각,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열대의 풍경이 비로소 비로소 집 떠나 길로 나선 느낌을 가지게 해 준다.

 

관광은 여기저기 많이 돌아보면서 바삐 다니는 것이라 한다면 여행은 낯선 곳에 잠시 멈추어 내가 떠나온 곳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 중에 여행의 시간을 잠시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패키지 여행인 경우는 그것이 쉽지 않지만 오늘처럼 너무 이른 시간에 일정을 시작한 탓에 관광을 할 수 없을 때는 가능해진다. 내게 필요한 것은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오는 것이었기에 어디를 많이 보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그저 낯선 풍경 속에서 멍하니 있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두바이는 사막에 만들어진 도시다.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다가 소금기가 없는 민물로 만든 것은 우리나라의 기술력이라고 한다. 기름의 힘으로 사막에 물을 끌어들여서 최첨단 도시를 짓고, 나무를 심어놓았다. 바다를 메워서 만든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트리쥬메이라는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다.

  두바이 모노레일을 타고 팜 주메이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 본다 짧은 시간이지만 조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열차가 궤도를 타고 멀어지면서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래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바닷가에 지어진 아트란티스호텔이 아트란티스제국처럼 물 속에 솟아나 있다. 웅장함와 비현실감이 느껴졌다.

  두바이는 건축법상 같은  형태의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각기 다른 형태의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최첨단도시의 풍경은 낯설다. 지나다니는 차들이 다들 깨끗한 이유는 세차하지 않은 더러운 차를 몰고 다니면 벌금을 물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연중 강수량이 매우 적은 곳이다보니 나무나 집들이 깨끗해보이지는 않는다. 비가 씻어내려가는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구도심으로 가는 수상택시를 잠시 탔다. 이동에는 역시 바퀴가 달린 것이나 배를 타고 가는 편이 빠르다. 최첨단도시에서 느린 수상택시를 타고 내려서 천 년 전 아랍재래시장을 걸으면서 만난다. 수크 메디나 쥬메이라다. 비로소 사람냄새가 나는 아랍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건을 쓰고 긴 자루옷을 입고 눈 주위가 유난히 검은 아랍인들은 대체적으로 입체적으로 생기고 눈이 커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의 금시장이라고 하는 골드수크와 향신료 시장을 잠시 방문하였다. 화려한 것, 반짝이는 것, 향기나는 것도 내 관심을 끌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향신료를 쌓아놓은 그 모습과 색에게서 낯선 패턴을 발견한 것이 렌즈를 들이대게 만들었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서 비로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에 들어섰다. 메뉴는 비빕밥, 김치도 나온다. 가이드는 이집트로 들어가면 김치나 한식은 전혀 먹을 수 없으니 많이 먹어두라고 한다. 김치 인심도 넉넉해서 많이 준다. 갓 구운 전통빵도 맛나다.

  점심을 먹은 후 차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하는 버즈 칼리파로 이동하였다. 고개를 젖혀야 첨탑의 꼭대기를 볼 수 있다. 인간이 높은 건물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 신이 되고 싶은 것인지...

  버즈 칼리파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은 선택관광이라 고소공포증 기미가 있는 나는 포기를 하고 만다. 상하이의 동방명주나 도쿄의 타워도 올라가보면 그저 그랬다.  그나마 야간이면 도심의 불빛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지만 낮의 사막도시라니...

  대신 두바이몰 근처에서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하였다. 쇼핑몰이 엄청나게 크다고 하는데 닫힌 공간인 쇼핑몰의 탁한 공기는 나를 밖으로 내몰았다. 밖으로 나오니 야간에 보기로 되어 있는 두바이몰 분수다. 한 시간에 한 번씩 물을 뿜어올린다. 분수 주변에 앉을 자리들이 만들어져 있어서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음악과 함께 분수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금속성의 외관을 자랑하는 건축물 사이에서 춤추는 물줄기, 음악을 잘 만나야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음악도 프로그램에 들어 있다고하는데 아랍음악이 나오면 제일 지루하다고 가이드가 알려주었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된 긴 하루의 피곤을 잠시 분수쇼를 보면서 내려놓았다. 가지고 간 책을 꺼내어 읽다보면 다시 분수가 솟아오른다. 어제는 내가 살던 동쪽의 작은 나라에 있었는데 밤새 날아올라 중동의 사막에 앉아 책을 읽다니...공간의 이동을 새삼 실감해 본다.

  숙박지인 힐튼 호텔로 이동하였다. 아랍에밀리에이트는 아랍지역의 작은 나라가 만든 연방이다. 그중 큰 것이 아부다비와 두바이다. 호텔은 두바이가 아닌 사라즈지역인데 이동하다보니 교통체증이 심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호텔에 짐을 풀고나서 선택관광인 요트관광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너무 피곤하다. 원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가이드와 조정을 하여 생략하기로 하였다. 그래도 저녁 분수쇼를 보기 위해 다시 두바이몰까지 가야한다.

  다음 날 카이로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3시반에 일어나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다들 경악...하루가 너무 길다. 그래도 다시 교통체증을 뚫고 가서 낮과는 다른 분위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밤의 분수쇼를 보고, 육개장으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꿈이란 디테일이 분명하지 않아서 꿈이다. 사막의 나라로 가리라했던 것이 꿈이었다면 비로소 그곳에 도착하여 내 발을 한 발자국씩 디디며 느끼는 것이 여행이다. 그 디테일을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