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의 봄을 찾아서 운남성 핵심일주 4-옥룡설산 운삼평, 람월곡, 인상여강가무쇼
2024. 1.13. 금. 맑음
여행 4일차, 여행은 이제 중반을 넘어섰다. 6시 반에 조식을 먹고 7시 반에 호텔을 출발하였다. 같은 곳에서 하루 더 숙박하는 덕분에 짐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 옥룡설산 가는 날이라 고도가 있으니 추울 것에 대비하여 중무장을 했다. 가져간 옷 중에서 가장 두꺼운 옷을 입고, 장갑, 모자를 챙겼다. 버스를 타고 운삼평 올라가는 셔틀버스 승차장까지 이동하였다. 버스 안에서 멀리 옥룡설산이 아침햇살에 황금빛으로 드러나는 광경을 보았다.

옥룡설산은 운남성 리장시 북쪽 약 15km에 있는 1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만년설 산군이다. 산 능선이 마치 옥으로 조각한 용이 누워 있는 모습 같다고 하여 ‘옥룡설산’으로 불린다. 최고봉 산즈더우(扇子陡, 샨쯔더우)는 해발 약 5,596m이다. 적도 부근에 가까운 지역임에도 만년설이 남아 있어 ‘적도 설산’으로도 불린다.


옥룡설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중에서 고도가 그나마 조금 낮은 운삼평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승차장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케이블카를 잠시 타고 올라가 내리니 전나무숲 사이로 난 나무잔도가 너른 평지를 둘러싸고 놓여 있다. 그곳이 운삼평이다.


운삼평을 가운데 두고 옥룡설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운삼평은 .云(구름) + 杉(전나무) + 坪(평원 ‘구름 속의 전나무 평원’이라는 뜻이다.



운삼평(云杉坪, Yúnshānpíng)은 옥룡설산 관광지 안에 있는 대표적인 고산 초원·숲 경관 지역으로, 고도가 4000m가 넘는 빙천공원보다 낮은 해발 약 3,200~3,240m이라 고산병의 부담 없이 설산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운삼평을 둘러싼 잔도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 있어 조금 미끄러웠다. 날씨가 좋아서 설산의 꼭대기에도 구름 한 점 없다. 운삼평 주변에는 키 큰 운남전나무들이 서 있다.



나무 한 그루 허락하지 않아 산의 골격만 드러낸 설산을 바로 눈 앞에 두고 보니 비현실적이다. 햇살은 따가운데 산에는 눈이 그대로 있고 그 아래 또 너른 평원이 존재하다니...여름철에 오면 운삼평에는 녹음이 짙고 들꽃이 피어 있는데 산에는 눈이 그득해서 정말 신비로웠다고 하던데 지금은 겨울이라 그런 경이로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 운삼평 산책을 한 다음 설산을 뒤로 하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셔틀버스를 한 구간 타고 내려오면 옥룡설산 계곡의 만년설 빙하수가 만들어낸 람월곡을 만난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물빛이 말 그대로 옥빛이다. 일본의 청의호수보다 더 푸른 물은 저 멀리 옥룡설산에서 눈 녹은 물이라고 한다.




람월곡(蓝月谷, Lán Yuè Gǔ)은 블루문 밸리(Blue Moon Valley)라고도 불리는데 ‘푸른 달의 계곡’이라는 뜻으로 해발 약 2,900~3,100m이다. 옥룡설산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며 칼슘 성분이 많은 하천 바닥을 통과하여 햇빛이 반사되면 우유빛이 도는 에메랄드 블루를 띄게 되는데 날씨·햇빛 각도에 따라 맑은 날엔 선명, 흐린 날엔 옅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고 한다. 람월곡은 여러 개의 작은 호수와 폭포가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어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옥룡설산 관광구에서 인기가 있는 곳이라 운삼평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다. 옥액호(玉液湖), 경담호(镜潭湖), 람월호(蓝月湖)를 따라서 나무잔도가 놓여 있어 쉽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물빛에 홀려 잔도를 따라 걷다보면 중국인 개인방송인들이 촬영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설산이 청록색 물에 비치는 풍경이 CG인 듯 비현실적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꿈이 얼른 깬다.



다시 버스를 타고 풍경구로 내려와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었다. 점심식사 후 장예모감독의 인상여강가무쇼를 VIP석에서 관람했다. 극 내용보다 옥룡설산을 뒷배경으로 만들어진 야외극장 자체가 압권이었다.



옥룡설산 인상여강 (印象丽江/Impression Lijiang)가무쇼는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옥룡설산을 무대 삼아 펼쳐지는 대규모 야외 공연이다. 옥룡설산 풍경구 간하이쯔(蓝月谷剧场) 야외극장은 해발 약 3,100m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연장 중 하나라고 한다. 인상여강 가무쇼는 500명 이상의 지역 민족 배우(나시족, 바이족, 이족 등)와 수십~백 마리의 말이 등장하는 대규모 공연으로 리장 지방의 역사, 신앙, 삶의 풍습을 보여준다.







차마고도의 마방(馬幇)을 재현하여, 지상과 천상의 사랑 이야기, 나시족 전통 춤, 신에게 바치는 북춤과 기도의식, 관객과 함께하는 축복 의식이 1시간 가량 펼쳐졌다. 공연은 중국어로 진행되었지만 웅장한 설산을 배경으로 한 강렬한 색채와 음악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공감이 되었다. 그 공감에 옥룡설산 자체가 무대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1월이지만 날이 맑고 햇살이 강해서 그리 추운 줄 모르고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공연을 본 다음 버스를 타고 여강으로 돌아와 1시간 30분 동안 전신마사지를 잘 받았다. 피곤이 풀리는 듯도 하고 맛사지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약간 몸이 처지는 기분도 들었다. 저녁은 한국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서 먹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도 나오고 김치도 있어서 오랜만에 잘 먹은 한 끼였다.
숙소로 돌아와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여강고성 안을 한 번 더 거닐었다. 어제 간 길은 중심도로라 번잡한데 한 구비만 옆으로 틀면 조용한 골목길이다. 찻집이 많이 보이는데 사람이 거의 없다. 주도로의 젊은이들 상대의 가게들만 번잡하고 원래 이 고성의 주인이었던 찻집은 퇴락하고 있다.




어제 사자산의 만고루에서 내려올 때 보았던 목부에 가보았다. 목부(木府)는 명·청 시대에 리장 지역을 다스리던 목씨 토사(木氏土司) 가문의 관저이자 행정 중심지였다. 리장의 역사와 나시족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장소로 흔히 ‘리장의 자금성’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라 한다.


목씨 가문은 나시족 출신으로, 중국 중앙 왕조로부터 공식 통치권을 인정받은 지방 지배자였다. 명나라 주원장은 목씨를 “서남 변경을 지키는 충신”으로 대우하며 성을 하사했고, 이후 대대로 세습 통치가 이어졌다.
목부의 건축은 ‘북자남목(北紫南木)’ 북쪽은 자금성, 남쪽은 목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치와 위계가 자금성을 닮아 중앙축을 기준으로 대문–의전 공간–후원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한족식 궁궐 구조 위에 나시족 특유의 목조 건축, 장식 문양, 자연 친화적 배치가 결합한 건물이다. 서재인 만권루에는 과거 수만 권의 책과 문서가 보관되어 있었는데 동파문자 관련 기록과 경전이 보관되어, 나시족의 종교·철학·역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한다. 청나라 말기 이후 쇠퇴, 1996년 리장 대지진 이후, 전통 사료와 고증을 바탕으로 대규모 복원하여 현재는 박물관형 유적지로 공개하고 있다. 밤이라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불 밝혀 놓은 문만 보고 나왔다. 낮에 고성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거의 이만 보를 걷고 호텔로 돌아오니 방이 춥다고 여행사에서 전기장판을 다 깔아 놓았다. 오늘밤은 제대로 잘 잘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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