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 무륭/은시 대협곡 트레킹 2-적수 불광암폭포, 사동구폭포
2025. 11. 8. 토 흐림
6시 반에 조식을 먹고 짐을 싸서 8시에 호텔을 나서 귀주성 적수로 출발하였다. 중경에서 적수까지는 버스로 대략 3시간이 걸린다. 가는 내내 산은 대나무숲이다. 대나무가 너무 많아 말 그대로 대나무의 바다 ‘죽해’라고 불린다. 중간에 한 번 선 휴게소 마당에 우리 나라에서는 접시꽃처럼 보이는 부용이 나무가 되어 피어 있다.


여름꽃인가 했는데 11월에 피어 있다. 큰 도로를 벗어나 좁다란 길을 달려가 한적한 시골 마을 현지 음식점에 도착하여 점심부터 먹었다. 기름에 볶은 채소요리와 두부요리, 버섯요리 등이 나왔다. 가짓수는 많아도 맛은 특징 없이 기름지다.
귀주성 북부에 위치한 적수시는 201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적수 단샤(赤水丹霞)로 유명한 곳이다. 단샤지형(丹霞地形, Danxia landform)은 중국을 대표하는 특수 지형으로, 붉은 사암, 역암층이 오랜 시간 풍화되고 침식하여 만들어진 절벽, 봉우리, 탑 모양 바위가 발달한 지형이다. ‘丹(붉을 단) + 霞(노을 하)’ ‘노을빛처럼 붉은 산세’라는 뜻이다. 수천만 년 전 호수, 강 바닥에 쌓인 붉은 퇴적층이 지각 융기로 올라온 다음 유구한 시간 속에서 비바람과 하천의 침식으로 까마득한 절벽, 기암괴석으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샤지형은 선명한 적색·주홍색 암벽, 수직에 가까운 절벽과 평평한 정상, 바위 표면이 비교적 매끈하여 회백색의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과는 다르다.


오늘 우리는 중국 단샤 지형 중에서도 폭포·계곡·원시림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로 단샤지형의 박물관이라 불리는 불광암 폭포를 보기 위해 적수에 온 것이다. 입장권을 끊고 셔틀버스를 타고 불광암 풍경구 입구까지 올라갔다. 길 옆의 비탈도 붉은 흙이다.




나무들은 중국 최대 대나무 산지답게 대나무가 대부분이다.
셔틀버스에서 내린 다음 계곡을 따라서 걸어서 올라갔다. 오전에 비가 온 듯 땅이 젖어 붉은 빛은 더 붉다. 까마득한 단애 옆으로 난 돌로 된 잔도를 걸어서 간다. 계곡에는 물이 많으나 비가 와서인지 아쉽게도 흙탕물이다. 이 지역은 아열대 습윤기후라 연중 온난하고 강수량 이 풍부하다고 한다. 아열대답게 잎이 넓은 식물군도 풍성하다. 초록이 붉은 색과 어우러져 더 선명하다.



40분 정도 걸어 올라가자 붉은 절벽 사이에서 떨어지는 불광암 폭포가 멀리 그 위용을 드러냈다. 제1전망대에서 올려다 본 붉은 직벽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내가 지금까지 알고, 보아왔던 폭포와는 차원이 다른 풍경 속에 있다.


불광암 폭포(佛光岩 瀑布)는 높이 약 90m, 폭 약 20~30m의 대형폭포로 불광(佛光)은 부처의 빛이란 뜻이다. 절벽 전체가 거대한 붉은 암벽인데, 햇빛, 물안개, 습도 조건이 맞으면 암벽에 빛의 테두리(광륜)가 생겨 이 현상이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불광처럼 보여 이름이 붙었다. 그래서 불광암은 “중국 단샤의 왕(丹霞之王)”이라 불린다. 대부분 단샤는 건조한 지형인데 적수는 강수량이 풍부하여 단샤 + 폭포의 희귀 조합으로 웅장한 폭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약 1억 8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때부터 신생대 제3기에 걸쳐 형성된 붉은 색 사력암이 그가 견디어 낸 세월을 켜켜이 내보이는 붉은 절벽과 그 절벽 사이로 엄청난 기세로 쏟아져 내리는 하얀 물줄기...수평이 보여주는 영겁의 붉은 세월 앞에 잠시 멈칫하지만 그것을 가로지르는 수직의 하얀 순간에 다시 정신을 차린다. 영겁과 찰나를 동시에 경험하는 풍경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아도 물보라가 몰려와서 방수옷을 입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길을 따라 제2전망대에 올라가니 폭포의 기세는 거세서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이번 여정에서 영접한 첫 폭포의 감동을 안고 붉은 기가 선명한 절벽을 타고 물이 떨어지고 있는 잔도를 걸어 내려왔다.


계곡물이 계속 옆으로 따라왔다. 불광암에서 내려와 다시 1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두 번째 여정인 사동구 폭포 입구에 도착했다.


귀주성 적수시 남동쪽에 위치한 사동구 폭포(四洞沟瀑布)는 적수 단샤 세계자연유산 권역이다. ‘사동구’는 '네 개의 동굴이 있는 골짜기'라는 뜻으로 '동(洞)'은 현지 방언으로 폭포를 의미한다. 약 4km에 이르는 계곡을 따라 웅장하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4개의 폭포가 계단식으로 배열되어 있는 곳이다.
폭포마다 모양·물소리·주변 풍경이 달라 1단 수렴동폭포, 2단 월량담폭포, 3단 비와암폭포, 4단 백룡담폭포로 불린다. 4개의 폭포를 아래에서부터 걸어 올라갔다 오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전동차를 타고 중간 정도까지 올라가 탐방로를 따라 올라갔다. 키 큰 대나무와 아열대 식물들이 양 옆으로 울창한 길을 따라 가니 3단 폭포인 비와암폭포가 나타났다.


비와암폭포 (飛蛙岩瀑布, Flying Frog Cliff Waterfall)는 폭포 아래에 거대한 바위가 하나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려는 거대한 개구리를 닮았다고 하여 '비와(飛蛙, 날아오르는 개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폭포 앞 바위에 비와암이라고 붉은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규모는 불광암보다 작지만 붉은 색은 비슷하다. 붉은 절벽을 사이에 두고 양 얖으로 떨어지는 흰 물줄기가 주변 풍광을 감싸 안으면서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비와암폭포에서 계곡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니 4단 백룡담(白龍潭)폭포가 나타났다. 높이 60m로 사동구에서 가장 크며, 용이 솟구치는 듯 웅장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비 온 뒤여서인지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면서 쏟아져 내리는 것이 이름에 걸맞는 풍경이었다.



다시 전동차를 타고 2단 폭포로 들어가는 입구에 내렸다. 2단 폭포인 월량담(月亮潭)폭포는 폭포 아래 웅덩이가 반달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 한다. 규모가 작고 높이가 낮아서 앞서 본 폭포와 달리 고요한 정적을 닮은 폭포였다.


다시 전동차를 타고 내려와 1단 폭포로 들어가는 입구에 내렸다. 수렴동 폭포(水帘洞瀑布)는 폭포 줄기가 절벽 아래로 넓게 펼쳐져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동굴 입구를 가린 커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폭포는 폭포수 안쪽으로 동굴(수렴동)이 있어, 젖지 않고 폭포 뒤편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폭포 안으로 들어가 폭포수 사이로 폭포 앞쪽의 풍경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중국 무협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추락하여 다치면 숨어서 지내는 동굴이 등장하곤 했는데 그런 동굴 체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계곡을 다 내려오니 거의 6시다. 적수 시내의 숙박지로 이동하여 근처 식당에서 현지식 저녁을 먹었다. 적수는 중경에 비해 조용한 도시다. 저녁 먹고 산책해 보니 강가를 달리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먼 나라 같지 않고 익숙한 풍경이다.
오늘은 지구가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낸 비경과 만난 하루였다. 그 시간에 비하면 이 하루는 얼마나 짧은 순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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