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교수법/박남기
책을 읽고 나서 그 느낌을 쓴다고 시작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다소 생뚱맞지만 책값이 참 많이 비싸졌다. 200쪽이 조금 넘은 이 책의 값이 뒤편에 나와 있는데 12,000원이다. 책 크기는 문고판보다는 조금 큰데 판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손아귀에 잡히는 부피감이나 크기감은 적당하다. 가방 속에 넣고 다녀도 부담 없을 정도의 무게다. 나의 경우 책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런 외적인 면도 그 책을 읽게 만드는 한 축이 된다. 다소 수준이 낮지만 말이다.
좋은 교육학 책을 접하고 싶던 차에 근무처의 원장님께서 추천하신 책이라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하였다. 제목도 좋다. '최고의 교수법', 부제로 '가슴으로 가르치는 박남기교수의 가르침의 본질과 기술'이라고 되어 있다. 내용은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가르침의 본질을 찾아서'에는 가르침과 관련이 있는 비유를 들고 있다. 그 중 마음에 남는 것을 나름대로 정리하면
첫째, '말을 목 마르게 하라' 목이 마르면 끌고 가지 않아도 길만 가르쳐주면 말은 달려가서 물을 먹는다. 이 말은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말의 다른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찰이다. 결론적으로 동기유발이 중요하다.
둘째, '완벽히 소화하지 않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덜 익은 술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더 이상 배우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것은 고여 썩은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어떤 매체도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는 진실을 알려주는 말이다. 향후 100년이 지나도 개발되기 어려울 최첨단 바이오컴이 인간이라는 발상이 신선하다. 또한 가르치는 사람은 결코 안주해서는 안 되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다.
셋째, '권력으로 얻은 부귀와 명예는 화병 속의 꽃과 같고, 재능으로 얻은 부귀와 명예는 화분 속의 꽃과 같으며, 덕망으로 얻은 부귀와 명예는 숲 속에 핀 꽃과 같다.'
채근담의 이 비유는 가르침을 제공하는 권위의 근원에 대한 비유로 들고 있다. 학점이나 상벌 등과 같은 통제는 화병 속의 꽃과 같고, 실력으로 주는 가르침은 화분 속의 꽃과 같고, 사랑과 덕으로 가르치는 가르침은 숲 속에 핀 꽃과 같다는 의미이다. 손쉽게 외재적 강화에만 안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는 따끔한 일침 같다.
넷째, '전문가들은 학생의 뇌는 채워져야 할 그릇'이 아니라 강한 훈련을 받아야 할 '근육이다'고 말한다. 뇌가 그릇이라면 가르치는 일은 학생들의 뇌에 많은 지식을 넣어주는 활동이다. 그러나 뇌를 발달시켜야 할 근육이라고 본다면 강의는 그 근육을 훈련시키는 활동이다.'
모든 지식이 인터넷이라는 도구에서 찾으면 되는 정보화시대에 있어서 반드시 되새겨야 할 명제다. 교사는 내용을 채워줄 것이 아니라 공부할 수 있는 근육을 키워나가도록 훈련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부는 성공적인 강의를 위한 첫걸음으로 강의기법에 대한 비유를 담고 있다. 정리해보면
학생들이 철저히 준비를 한 후 강의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 해야 할 노력으로 '요구가 담긴 강의계획서'가 아닌 '약속이 담긴 강의 계획서'를 제시하고 있다. 강의계획서는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에게 하는 요구가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들에게 하는 약속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학생 중심 사고이다.
이외 결석방지를 위한 출결규칙, 강의규칙, 설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대학의 예지만 중고등학교에서도 수정 적용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3부 '학생을 사로잡는 교수법'에서는 강의진행과 관련된 교수법을 소개하고 있다. 정리하면, 가르치는 사람 자신이 열정을 가져야 한다. 인기 있는 드라마를 벤치마킹하라. 명품강의를 위한 교수의 활동지침 등등...
교사의 열정, 학생의 동기 등에 대한 비유가 들어 있지만 1부의 내용과 별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수업자료를 읽어오게 하는 방법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부분들과 원론적인 내용들이 섞여 있어 내용에 있어서 일목요연함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4부에서는 대학강단 회고로 개인적인 경험으로 구성하였는데 교대학생들로 하여금 쓰게 한'초등교사의 하루'라는 체험보고서는 색다른 아이디어로 응용할 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책을 읽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글의 독서일기는 쓰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들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내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았다. 책의 부피가 두껍지도 않은데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기가 힘든 이유는 이 책이 한국대학신문에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기법을 소개하기보다 가르침의 본질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연재한 글들의 모음이기 때문인 듯하다.
연재한 글에다 다른 글을 몇 편 더하여 책을 펴다보니 단행본으로서는 긴장감이 덜해지는 것이다. 신문에 연재한 글과 단행본은 분명히 다른 형식의 발표이다. 연재한 글을 단행본으로 묶을 때는 그 구성이나 내용에 있어서 재편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편집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저자의 교육에 대한 가치관만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는 것은 저자의 서문에 진하게 쓰인 부분이다.
"어쩌면 강의의 성패를 좌우하는 '최고의 교수법'은 어떤 특정 강의 기법이 아니라 가르침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성찰과 자신에 적합한 교수법을 찾아 쉼 없이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열정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
"최고의 교수법은 단순한 기법의 수준을 넘어 가르침의 본질을 깨닫고, 수업을 통해 그 본질을 자기만의 빛깔로 구현하는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밑줄 그은 구절들
-성공적인 강의가 되기 위한 대부분의 조건은 되어 있지만 약간 재미가 덜한 강의라면 재미를 불러 일으킬 강의 기법을 더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거기에 재미를 더하면 '재미 있는 강의'아나라 '재미있는 놀이'가 되어버린다. -서문에서-
-성공적인 강의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가르치는 내용에 통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p 27
-미래형 강의를 '스토리텔링으로서의 강의'라고도 한다. 강의에서 어떤 주제를 설명할 때 혹은 강의가 다루는 주제를 학생들과 함께 여행하고자 할 때 학생들이 재미 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푹 빠지도록 강의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으로서의 강의라고 할 수 있다. p 30
- 스탠포드 대학의 알렌 온스타인 교수는 '교육의 기초'에서 훌륭한 선생이 보여주는 행동을 열거하면서 첫째,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많은 답을 해주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끄는 사람이다. 둘째, 정열적으로 강의하는 능력보다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완성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조용히 인내를 가지고 지켜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 셋째, 축적된 지식보다는 학생들의 느낌을 더욱 존중하는 사람, 넷째, 학생들에게 책임감과 정직성 등의 시민의식을 말을 통해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강의와 삶 속에서 직접 보여주고 깨닫도록 하는 사람이다. p 36
- 업적주의 사회에서는 이미 사회 상층부를 차지한 사람들도 자시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자식에게 대물림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자녀가 남보다 더 나은 업적을 갖추게 해야하는데 그 핵심이 학교교육이기 때문에 교육을 향상 전쟁은 갈수록 심해진다. p 40
-헤드 페이크란 미식축구에서 나온 말로 선수가 머리를 어느 한쪽으로 움직여 상대방을 그쪽으로 유인하면서 정작 자신은 반대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회적인 가르침 p 60
-약속 강의계획서는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에게 하는 요구가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들에게 하는 약속이다.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으려면 우선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에 가르치고자 하는 불기운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어야 한다. 가르침의 불기운이 강하지 못한 사람이 남을 가르치고자 할 경우에는 자신의 밑불마저 꺼지게 될 것이다. p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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