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발트3국 여행 1-출발
여행의 시작은 짐 싸기부터가 아닐까. 여행을 떠난다고 말하면 긍정적인 사람은 짐 싸는 설렘을 이야기하고 부정적인 사람은 짐싸기의 귀찮음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 중간 어드메쯤에 있는 것 같다. 왜 북유럽인가? 가만 생각해보면 나의 학창시절 로망이었던 것이 기억났다. 가보고 싶은 나라를 생각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것이 빙하가 만든 U자형 피오르, 백야, 오로라였다. 춥고, 낮이 짧은 머언 그 나라들에 대한 나의 동경은 이유가 분명하지는 않다. 너무 낯설기에 그런 것일까.
작년 가을 무렵에 이 여행을 예약해 두었는데 시간은 흘러 어느 새 떠날 때가 되어 버렸다. 먼저 다녀온 친구가 빙하가 녹아 물이 많은 6월이 좋다하여 이 시기를 택했다. 패키지로 참좋은여행사의 "핵심만 쏙쏙 북유럽+발틱 7국 12일"를 택했다.기왕 멀리 가는 김에 발틱 3국까지 포함된 것을 찾은 셈이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까지 가야하니 강행군이 틀림없지만 가보지 못한 곳이니 설렘을 안고 짐을 꾸렸다. 북쪽이니 날씨가 추울 것이라고 정보를 알려주는 이들이 많아서 초겨울옷도 챙겨서 넣다보니 짐은 자꾸 늘어갔다.
2023. 6. 12. 드디어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인천에서 출발하기에 부산에서는 하루 먼저 가서 일박을 해야 한다. 김포로 가는 오후 4시 비행기는 조금 지연되었지만 서둘러 출발을 하더니 4분 정도만 늦게 서울에 도착했다. 짐을 찾아서 공항열차를 타고 공항 가까이 있는 운서역 바로 옆에 있는, 예약해 둔 숙소에 체크인을 하였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은 뒤 소화시킬 겸 잠시 산책을 하였다. 서쪽이라 해 지는 풍경이 보이는 방으로 들어와 짐 정리하고 샤워하고 나니 9시가 넘었다. 내일은 7시 셔틀버스를 타야한다. 일찍 자는 것이 최선이다.
6월 13일 6시에 일어나 씻고 짐 꾸려서 7시 셔틀버스를 탔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거쳐서 제1터미널로 가니 거의 40분이 걸렸다. 키 크고 씩씩하고 경험 많아 보이는 인솔자에게서 비행기표 등의 서류를 받고 D카운터에서 짐을 부치고 발권을 하여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11시 비행기니 그렇게 서둘렀어도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아침으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나니 어느새 탑승할 시간이 되었다.
폴란드항공을 타고 13시간을 날아서 바르샤바로 간 다음 비행기를 갈아타고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는 여정이다. 폴란드 항공 좌석이 좁기로 유명하다더니 좁기는 좁았다. 그 안에서 13시간을 버터야 한다.

비행기를 타니 조금 지나자 점심을 1시경에 주었는데 비행기 안이라 소화가 안 될 것을 생각하여 조금만 먹었는데 저녁을 도착지인 폴란드 시간에 맞추다보니 한국시간으로 9시가 넘어서 준다. 예상보다 배가 고팠다. 약간의 허기가 멀미기마저 부르고 도착이 가까워지자 인내심도 바닥이 나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착륙한 다음에도 출입문을 열지 않고 대기한 시간이 길어서 지치게 하였다. 13시간을 날았는데도 밖은 여전히 낮이다. 시간을 거슬러간다는 것은 이런 의미인가 싶었다. 슈퍼맨이 사랑하는 여인을 되살리기 위해 지구를 시간을 넘어서 쾌속으로 달리던 장면이 잠깐 떠올랐다.
환승하는 바르샤바의 쇼팽공항에 들어가 수속을 하고 다시 코펜하겐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까지 시간이 두 시간 가량 남았다. 밖을 보니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쇼팽을 사랑하는 이 나라는 공항에 작곡가의 이름을 붙이는 낭만을 가졌구나 싶었다. 음악도 그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날씨도 어느 새 서늘해져서 두꺼운 옷을 꺼내 입어야 했다.




폴란드의 LOT 항공은 탑승도 많이 지연되더니 탑승한 후에도 무슨 일인지 1시간 가량 있다가 출발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하염없이 서쪽으로 와서 낮이 7시간이나 길어졌더니 비 그친 폴란드의 하늘은 9시 가까이 되어서도 석양이 그대로라 석양빛이 어둠에 갇힐 때까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백야의 계절이기에 더 그렇다. 1시간 반 가량을 날아서 북유럽의 첫 도착지 덴마크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30분 가량 달려서 도착한 Thon 호텔에 여장을 풀고 짐 정리를 하고나서 씻은 후 시간을 보니 1시다. 한국시간은 7시, 일어날 시간인데 자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출발했으니 여행은 굴러갈 것이다. 여행은 항상 첫날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인생도 아마 그러했으리라. 엄마 뱃속이라는 곳을 빠져나와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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