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여행+발트3국 여행 2-덴마크 코펜하겐
북유럽으로 가는 첫 관문인 코펜하겐에서의 하루, 2023. 6. 14. 수. 날이 맑다. 이곳은 한국과 시차가 8시간이다. 몸을 현지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시간에 맞게 일어나 활동을 해야 한다. 전날 어둠 속에서 들어왔던 호제 타스트론 호텔 조식은 빵도 다양하고 토마토, 등 채소도 여러 가지여서 어려움 없이 잘 먹을 수 있었다.

출발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서 호텔 주변 산책을 하였다. 자전거도로와 차도, 인도가 잘 구분되어 있고, 나무들이 많다. 아는 나무들을 만날 때의 반가움도 있다.


산에서만 보았던 국수나무가 여기서는 정원수처럼 가꾸어져 있고, 흰색 해당화도 만난다. 역에서 가까운 곳이라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침부터 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북유럽인데 마치 남부의 스페인 같은 햇살을 연상시켰다.


국수나무
전세버스를 타고 코펜하겐 도심을 차장으로 일별하면서 지나갔다. 주도인 3개 섬을 중심으로 총 405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발트해의 관문을 지키는 상인의 항구라는 뜻이다. 코펜하겐은 많은 공원과 푸르스름하게 산화된 구리 지붕 때문에 '그린 시티'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첫 일정으로 코펜하겐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뉘하운 운하 투어부터 시작하였다. 햇살이 강하지만 아직 오전이라 바람만 불면 견딜 만하였다.



뉘하운은 '새로운 항구'라는 뜻으로 항구노동자들이 가는 선술집이 많은 서민적 분위기의 항구였다. 콩엔스 뉘토르브 광장(Kongens Nytorv)과 바다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수많은 화물선들과 어선들이 이곳에 머물다가 떠났다. 1637년 운하가 만들어진 후에는 다양한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 소박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곳은 덴마크의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1845년부터 1864년까지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운하를 배경 삼아 동화 같은 색감의 오래된 건물이 늘어서 있고 야외 테라스를 갖춘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다.

동화 속 레고하우스 같은 뉘하운 운하 주변의 알록달록한 집들이 사진 찍는 맛을 느끼게 하였다. 유람선을 타고 운하를 다 도는데 대략 50분 가량 걸렸다. 운하를 돌면서 유람선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을 하고 우리 현지가이드가 따로 한국말로 소개를 해주었다. 하지만 배는 흘러가고 사람은 많고 카메라도 많아서 그 설명을 따라 여유 부리면서 즐길 수는 없었다. 오른편, 왼편으로 나타나는 건축물을 따라 고개를 열심히 이리저리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날이 워낙 맑아서 날씨만으로도 풍경은 돋보였다.



운하 주변으로 스쳐가는 덴마크왕실 주거지인 아말리엔보르 성, 현대적인 건축양식인 왕립오페라하우스, 청동의 돔이 눈길을 끄는 프레드릭교회, 재활용이 되지 않는 쓰레기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코펜힐 등 다양한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나면 머리 조심도 외치고, 지나가는 다리 위의 사람들과 손을 흔들기도 하였다. 날이 화창함을 넘어서 더울 정도여서 옷을 벗고 태양을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운하투어를 한 다음은 걸어서 배에서 본 곳들을 찾아 나섰다. 코펜하겐은 자유여행이라면 자전거나 도보로 여유를 갖고 돌아볼 수 있는 거리에 가볼 만한 곳이 많다고 하였다. 배에서 보았던 아말리엔보르 성을 지나고, 왕실, 국회가 위치한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앞을 지나 언덕을 오르니 날카로운 첨탑이 눈길을 끈다.


4세기 초에 순교한 영국인 선교사의 이름을 딴 성알반스 교회라고 한다. 교회 옆에 큰 분수대에서 더위를 식혀주는 물이 시원하게 뿜어 오르고 있다. 게피온분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덴마크 선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피온 분수는 칼스버그 재단이 네덜란드의 조각가 안데스 분드가르드(1864~1937)에게 의뢰하여 만든 것으로 1908년 코펜하겐 시에 기증하였다. 분수대 위에는 여신 게피온이 채찍을 들고 황소 4마리를 몰고 가는 형상이 있다. 조각들의 입체감이 돋보였다.
게피온은 북유럽의 전설에 등장하는 여신이다. 먼 옛날 덴마크에 살고 있던 게피온은 "저에게도 일할 수 있는 넓은 땅을 내려 주십시오." 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께서 ’너희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원하는 대로 땅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여신은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들 넷을 황소로 만들어 밤낮으로 밭을 갈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감동한 하느님이 스웨덴의 땅을 한 움큼 쥐고 바다에 던져 지금의 코펜하겐이 위치한 질랜드(셀란) 섬이 되었다 한다. 그런데 그 떼어낸 질랜드 섬은 파낸 스웨덴의 베네렌 호수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다고 한다.

분수를 본 다음 다시 바닷가쪽으로 걸어나가 인어공주상을 보러갔다. 여행객들이 가장 실망한다는 인어공주상이지만 그래도 들르지 않을 수는 없는 법, 해안가 작은 바위에 앉아 있는 높이 80cm에 불과한 인어공주 동상은 팔과 머리가 잘려나가는 등 수난을 겪었지만 2013년 8월 관광객들의 축하 속에 100세 생일잔치까지 치렀다고 한다. 다리를 얻었지만 결국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슬픈 결말로 가슴 아팠던 경험을 가진 소녀시절이 있다면 그녀를 외면하기 어려운 법이다.


사람들 틈에서 사진을 간단히 찍고 유기농 채식식당에서 샐러드 중심의 건강한 점심을 맛나게 잘 먹었다.

붉은 벽돌의 중세건물인 코펜하겐 시청사 앞으로 가서 외부만 구경하고, 시내 자유관광을 잠시 한 다음, 200년이 되어간다는 티볼리놀이공원도 외관만 보고 버스를 탔다.







오후에는 DFDS SEAWAYS 크루즈를 타고 노르웨이로 이동하는 날이다. 3시에 승선하여 방을 잡고, 배 내부 구경하고나자 4시 반에 배가 출항하였다. 코펜하겐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풍경은 한참을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섬이 많은 나라 섬 사이 바다 위에 선 커다란 풍차도 풍경의 한 몫을 하였다.








5시에 뷔페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맥주도 한 잔 공짜로 나와 북유럽답지 않게 더워서 땀에 절은 하루를 식혔다. 저녁 먹은 후 다시 11층 갑판으로 올라갔으나 해는 질 생각이 없다. 일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면세점을 이리저리 들락거렸다. 방으로 내려와 일몰을 기다리다가 10시경에 올라가도 해는 바다 위에 있다. 낮과는 달리 바람이 거세지만 해가 바다 아래로 떨어지는 풍경을 놓칠 수 없어 바람과 맞서면서 백야의 일몰을 바라보았다.





백야는 지축이 지구의 공전궤도면에 대해서 기울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북위 48° 이상의 고위도 지방에서는 하지 전후에 밤에도 하늘이 희미하게 빛나는 박명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남위 48° 이하의 남쪽 지방에서는 백야 현상이 동지를 전후하여 일어나며, 백야 기간이 가장 긴 지방에서는 6개월 이상 계속되기도 한다 극지방에서 겨울철에 해가 뜨지 않고 밤이 지속되는 현상은 극야라고 한다.


날마다 해는 서쪽으로 지고, 나는 자주 일몰을 경험하겠지만 언제 다시 이 고위도지방까지 와서 백야의 일몰을 경험할 것인가. 그점에서 내 생애 최고의 일몰임에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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