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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기, 여행기/해외여행

북유럽+발트3국 여행기 3-노르웨이 오슬로

by 뭇새 2023. 11. 20.

북유럽+발트3국 여행기 3-노르웨이 오슬로

 

2023. 6. 15. 목요일, 새벽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깼다. 일어나보니 5시 가까이 되어서 일출을 보리라 나서보니 한 발 늦었다. 해는 이미 떴으나 바다 위에 구름층이 짙어서 빛내림만 만날 수 있었다.

섬들이 나타났다 지나가고 멀리 풍차가 가까이 다가온다.

좁은 협곡을 지나가니 양옆으로 그림 같은 집들이 평화롭게 낮은 산 아래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해가 올라가자 구름층은 사라지고 맑아졌다.
배 안에서 7시에 조식을 먹고 9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5층 로비로 나와 하선준비를 하였다 하선하는 데 거의 1시간이 걸려서 10시에 노르웨이 땅에 발을 디뎠다. 오랫동안 덴마크와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던 노르웨이는 이 두 나라에 비해서 역사적 유적지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이제는 북해유전 덕분에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고, 피요르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노르웨이에서만 3박을 하게 되어 있으니 이번 여행의 제일 중심 일정인 셈이다.

버스를 타고 오슬로 시청사로 갔다. 오슬로시 창립 900주년을 기념하여 1950년 완공한 건물이다. 건물 앞에 오슬로의 시조인 백조 2마리가 있는 분수대가 있고 오른쪽 벽에 태양과 달의 모양 등이 표시되는 천문시계가 붙어 있다. 중앙 상단에 노르웨이 조각가 죠셉 그림랜드(Joseph Grimeland)의 오슬로 소녀 청동상(bronze sculpture of Oslopike (Oslo Girl))이 있다.

2개의 탑을 가진 이 건물의 내외 벽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그림과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1층의 메인 홀은 1990년 이후부터 노벨 평화상의 시상식장으로 매년 12월 10일에는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다.
1층을 비롯한 각 공간은 노르웨이 대표 화가들의 작품으로 가득 차 있어 흡사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잠시 내가 사는 도시 부산의 시청사에는 어떤 작품들이 걸려 있었나 떠올려볼 정도였다. 시청사를 미술작품으로 채우는 나라는 어떤 품격을 가지는 것인가?

1층 홀은 노르웨이 대표 화가들이 작업한 대형 프레스코화로 벽 아래와 이층 위까지 가득 걸려 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노르웨이의 신화와 역사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걸려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죄 없는 여인을 구하다가 죽은 할바드 성인과 여성(St. Hallvard and the woman) 그림이 걸려 있다. 할바드는 절도로 쫓기는 여인을 구하다 세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바다에 던져졌는데 목에 맷돌을 달았지만 가라앉지 않아 결국 진상이 밝혀지게 된다. 그는 오슬로에 있는 성 할바르성당(St. Hallvard's Cathedral)에 봉헌되어 오슬로 수호성인이 되었다.

2층에는 노르웨이 하면 떠오르는 화가인 뭉크의 '인생'이라는 작품이 ‘뭉크의 방’에 걸려 있었다. 뭉크의 방에 한 작품밖에 없어서 아쉽긴 했다. 일반인에게 매달 1회 시민들의 결혼식 장소로만 개방된다는데 마침 우리가 간 날이 15일이라 그런지 문이 열려 있었다.

전 세계 시청사 건물 중 관광객들에게 주요 시설을 무료로 자유롭게 개방하는 곳은 오슬로뿐이라고 한다.
시청사를 나와 노르웨이의 대표적 극작가 입센과 19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비에른손의 동상이 서 있는 국립극장을 지났다.

입센 동상
비에른손 동상

국왕이 거주하는 노르웨이 왕궁을 먼 발치에서 보고 최대번화가이지만 차 없는 거리인 칼 요한스 거리를 잠시 거닐었다. 칼 요한스 거리 또는 칼 요한 거리(Karl Johans gate)는 왕궁을 건립한 칼 14세 요한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낮의 햇살이 강해 어느 새 그늘이 좋다. 분수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칼요한슨 거리
오슬로그랜드호텔

약 1.3km에 이르는 이 거리는 오슬로 중심부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는 최대의 번화가이다. 이 거리에 있는 오슬로 그랜드 호텔은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묵는 호텔로 수상자가 묵는 2층 객실료의 하룻밤 가격은 600만 원이라고 한다. 그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데 의미 부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보이는 것 같다.
한식으로 돼지불고기와 된장찌개로 점심을 먹은 후 오전에 가지 못했던 비겔란조각공원으로 향하였다. 햇살은 강하여 저절로 그늘을 찾게 만드는 날씨다. 공원은 햇살 속에 노출이 되어 있어서 가이드를 따라서 그늘만 짚고 다니게 만들었다.

프로그네르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 공원(Vigelandsanlegget)은 노르웨이의 조각가 비겔란(Vigeland, Adolf Gustav)이 1915년부터 오슬로 시의 지원으로 지은 세계 최대의 조각원이다. 그는 이 공원의 입구와 다리, 분수, 원형 계단, 모자이크 모양의 미궁과 수많은 인물 석상들을 비롯해 200개가 넘는 모든 조각 작품들을 설계했다. 조각품들의 전체적인 주제는 인생으로 남녀의 만남, 사랑, 출산, 양육으로 이어지는 생로병사의 각양각색 군상의 모습을 청동과 화강암으로 만들어 놓았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많은 작품들이 맞이해 주는데 청동작품과 화강암 작품들은 대부분 나체로 서 있는데 화강암작품들의 입체감이 돋보였다. 육아를 담당하는 남자들을 표현하는 조각들이 많아서 역시 성평등이 이루어진 선진국이라서 그런가 하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늘이 진 나무 사이를 걸어 안으로 가면 분수대가 나온다. 6명의 남자가 분수대 수반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분수대 울타리의 모서리마다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조각되어 있고 청동으로 만들어진 울타리에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형상이 부조되어 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진 누군가가 있기에 이 시원한 물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만드는 분수대였다.

분수대에서 위로 올려보면 이 공원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인 270t의 화강암 하나에 조각해놓은 17m 높이의 모놀리트(Monolith)를 볼 수 있다. 121개의 조각상으로 이루어진 36개의 군상으로 인생의 각 시기들(탄생·유년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죽음)을 표현하고 있다. 비겔란 사후에 제자들이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모놀리트 앞에 서서 보면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작품들은 편하게 만져 보고 느껴 볼 수 있어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심술쟁이 아이 동상을 찾아보았다. 화가 난 아이 표정이 생생하다. 아이의 왼손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에 아이의 왼손은 색이 달라져 있다. 인간이 속설에 약한 것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1994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릴리함메르를 경유하여 돔바스까지 총 4시간 반 이상을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버스는 길다란 뫼사호수를 끼고 달렸다.

릴레함메르 경기장돔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호수로 길고 좁다랗게 생겼으며, 길이는 100㎞, 너비는 1.6~14㎞, 최고 수심은 449m, 면적은 368㎢에 달한다. 호수의 북쪽 끝에 있는 릴레함메르가 있다. 호수를 끼고 이어지는 목초지와,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이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에서 상상했던 그런 풍경이라 긴 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검은 지붕과 붉은 담으로 된 집들은 흡사 달력이나 만화풍경 같다. 그런데 실제다.

7시 다 되어 돔바스 호텔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었다. 호텔 앞도 푸른 초원이라 눈도 시원하고 몸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풍경이다. 해가 기니 어둡지 않아서 주변 산책 잠시 할 수 있었다.  근처 마트에서 과일도 샀다.

씻고나니 어느 새 10시가 넘었다. 몸은 점점 시차에 적응해 가는 중인가 보다. 내일은 일찍 움직이는 날이라 5시에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