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이냐, 다독이냐
2012.7.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책은 도끼다/박웅현 저, 48분 기적의 독서법/ 김병완 저
광고인 박웅현님이 쓴 ‘책은 도끼다’는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1년 2월12일부터 6월 25일까지 강독회를 진행하면서 나눈 강연을 담은 책이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표방하는 ebs에서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웅현님이 나와서 대담하는 것을 들었다. 그 프로에서 들은 책이 ‘책은 도끼다’였다.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읽은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이 책에서 저자는 ‘깊이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책이 도끼처럼 우리의 머리를 쳐서 잠을 깨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가 읽은 책들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고 있다.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왜 자신이 그 문장에 밑줄을 그은 것인지를...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들을 옮겨 적는 작업을 오래 전부터 했었다. 저자처럼 그렇게 깊이 읽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밑줄 그은 부분을 옮겨 적어 놓은 책, 그 부분과 함께 독후감을 쓴 책, 어느 한 줄도 남기지 못한 책 등...그중에서 그래도 다시 들쳐보고 되새김질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그 둘을 다 한 책들이다. 한 줄도 적어 놓지 못한 책들은 읽었다는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책은 ‘48분 기적의 독서법’, 도서관에서 우연히 잡게 된 책이다. 부제로 인생역전 책 읽기 프로젝트라고 되어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저자가 어느 날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홀연히 직장을 그만 둔 뒤 3년 동안 9천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집중적인 독서 끝에 지금은 책을 내고 전문저술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 내용만으로 판단하면 책을 읽어서 세상의 문리가 트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저자는 양을 강조하고 있다. 양에서 질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단 양적으로 축적이 되고 나면 그 뒤에 질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왜 하필 48분인가에 대하여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평균 수명인 90세의 인생 주기를 하루 24시간에 비유해보자. 90년 중의 3년이란 시간은 하루 중 정확히 48분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인생에서 3년을 독서에 투자한다는 것은 하루 중 48분을 투자한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3년간의 독서는 단순한 취미나 교양을 위해 틈날 대마다 책을 읽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인생이 기적처럼 바뀌기 위해서는 1,000권의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3년간 1,000권의 독서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3년이란 기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으면 삶의 임계점을 돌파하게 된다. 삶의 임계점이란, 의식과 사고가 비약적으로 팽창하여 인생이 획기적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말한다. 이렇게 획기적인 인생역전에는 3년이란 한정된 시간 동안 1,000권의 책을 일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25-26쪽‘
‘실행에 있어서 좀 더 현실적인 책 읽기를 권한다. 하루 두 번에 걸친 48분의 독서가 그것이다. 하루는 오전과 오후, 12시간씩으로 이뤄져 있다. 그 중에서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 번 48분을 투자하여 책을 읽는다면 시간의 배분에 따라 할 일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인생이 바뀌는 독서를 체험할 수 있다. 더구나 여기서 말한 48분은 오직 독서를 위해 빼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흘려버리는 자투리 시간의 총합을 의미한다. 그 시간들이 모여 한 달 동안의 48시간이 1년동안 쌓이면 576시간 동안 책을 읽은 것이 된다. 또 3년이 되면 1,728시간이 된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여 책 한 권을 읽는데 거리는 시간을 평균 1시간 40분, 즉 100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3년 동안 48분 기적의 독서법으로 책을 읽으면
103,680(분) ÷ 100(분) = 1036.8권 27쪽‘
다독이 정답이냐, 정독이 정답이냐는 오래된 해묵은 논쟁거리다. 둘 다 정답이다. 문제는 책을 읽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보기에 박웅현님처럼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에게는 깊이읽기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자기의 분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다독이 정답이다. 양이 질을 이끌어가는 것이 우선이다 양이 질을 이끌고 나면 질의 수준도 높아진다. 하지만 양이 아직 임계치까지 이르지 못했는데 질만을 따진다면 그 책읽기는 지지부진이며, 습관이 되지 못한다.
습관화에 이르기 위해서 다독, 많이 읽기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감이다. 운동에 의해서 신체근육이 생기듯 공부나 독서도 지속적으로 하면 공부근육, 독서근육이 생긴다. 이것은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퇴근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했다. 차를 두고 도시철도를 기다리는 시간, 도시철도를 타고가면서, 도시철도를 내려서 버스로 환승하는 시간에 버스를 기다리면서, 버스를 타서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책을 읽었다. 이 책을 그렇게 다 읽었다.
좋은 책은 그 책을 읽은 후 사람을 변화시키는, 행동시키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은 감동시켰으나 행동으로 이르지 못한다면 그 책의 좋은 점은 훨씬 줄어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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