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 교수의 희망 특강/해냄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여 읽을 경우 제일 불편한 점은 줄을 그을 수 없다는 점이다. 줄을 그어두면 다시 한번 읽으면서 독서일기를 쓸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니 독서일기를 쓰려고 하니 조금 난감하기도 하다.
책을 읽고 그 책을 요약하거나 독후감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다. 국어교사 20년을 한 나도 그러한데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쓰라고 하는 것은 말이 쉽지 실제는 녹록한 작업이 아니다. 그러니 책을 읽고난 뒤 너무 큰 욕심을 가지지 말고 단 몇 줄이라도 남기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도 단 몇 줄이라도 남긴 경우는 한 줄이라도 남기지 않은 경우와는 큰 차이가 난다. 몇 줄이 나중에라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잊지 않고 들쳐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 번 읽어 지나간 책은 어떨 땐 읽었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런 책을 읽었으면 어떤 형태로든 남긴다는 것은 중요하다.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게 또 쉽지는 않다. 즉시 쓰지 않으면 책을 읽은 느낌은 금방 날아가 버린다. 즉시 쓴다는 것, 즉시 실행한다는 것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조벽교수의 앞선 책,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명강의 노하우 & 노와이’와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거기다가 교육방송에서 진행한 ‘선생님이 변했어요’에서 봤던 내용도 많이 인용하고 있어 낯설지 않다. 앞의 책들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인성교육의 맥락을 잡고 싶은 사람은 유심히 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조벽 교수는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인의 세 가지 실력으로 첫째, 전문성(일에 대한 실력)을 들고 있다. 정보 홍수 시대에 있어서 전문성이란 평생학습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함이다.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보다는 평생 추구하는 학습자세를 가리킨다. 둘째는 창의성으로 창의성이란 일을 주도할 수 있는 실력이다. 남의 것을 따라가는 기술자가 아니라 ‘앞서 가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창의성이다. 셋째, 인성은 일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실력으로 ‘남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보았다. 인성 역시 단 기간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학습의 결과이다. 저자는 인성의 여러 요소 중에서 진실성은 특히 전문가의 도덕성과 건설적 창의성으로 연결되므로 인성의 핵심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결국 창의 인성이란 남과 더불어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실력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현장의 어려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아이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나오는 정책들도 단기적인 처방일 뿐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변하는데 학교현장은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러한 어려움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임시방편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이다.
“새로운 생각은 기성세대를 설득해서 대세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다 죽고 난 후에 새로운 세상에서 살던 다음 세대가 어느덧 성장해서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비로소 대세가 되는 것이다.“ p 16
그러므로 이미 기성세대인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변화에 저항하고자하는 하는 것이 늙어버린 기성세대의 굳어버린 사고가 그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세대가 아무리 디지털 문화에 어얼리 어답터라도 하더라도 그것을 이주민 중 조금 빨랐다는 것일 뿐 원주민들이 보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교사가 전문가인가 하는 것은 오랜 화두다. 교사가 전문가가 되려면 교사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전문가로 규정해야 하며, 그렇게 규정했다면 그런 모습을 갖추어가야 한다. 교사들은 상황 탓을 한다. 학생수가 많아서, 잡무가 많아서, 시대가 변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데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상황 탓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반사람들이 보기에 교사들은 계속 징징거린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들 역시 교사들이 처한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그 말 또한 온전히 객관적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교사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 안에서 변화든, 개혁이든 일구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세상의 모든 교사들에게 조금의 빛을 가지기 위하여 읽으면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이기도 할 것이다.
어떤 것이든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교육이 의학과 다른 점은 우리의 대상이 질병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점이다. 의사들은 질병을 대상으로 그 질병과 이겨나가면 되지만 교육은 이겨나가야 할 대상이 변화무쌍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을 택한 교사들은 자신이 택한 그 일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 그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으면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다. 온전히 스스로 지고 가야하기에 교사는 외로운 직업일 것이다. 결과가 바로, 즉시 나오지 않으며 결과를 예측하기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교사이기를 택하는 이유는 그 일이 철밥통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철밥통이기에 이 길을 택했다면 그는 스스로를 그 철밥통 속에 한정지어 버리니 매사 무기력한 직업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저자의 에필로그가 가슴에 남는다.
-학생을 살리려면 선생님이 살아야 한다. 선생님이 살려면 선생님이 변해야 한다. 변해야 한다는 말은 ‘새롭게 하자. 다르게 하자, 좀더 열심히 하자’가 아니라 ‘예전 모습을 되찾자’라는 것입니다. 예전 모습이란 자신보다 늦게 삶의 길을 걷는 후생에게 베풀고 싶어하는 선생의 마음입니다. 저는 이 마음을 어른스러운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p 391 에필로그에서.
밑줄 그은 부분들
-제가 개발한 ‘새 시대 교수법’의 핵심은 교사가 희망을 선택하는 방법을 찾고 행복한 교육자의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p 31
-학생들은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받아들인다...학생들의 외모는 부모를 닮지만 학생들의 머릿속은 우리 교육자들을 닮아버린다는 뜻입니다. p 38
-교사가 학생을 ‘친구라고 지칭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친근함‘은 사람 관계의 한 모습이지만 ’친구‘는 그 관계 자체입니다. p 56
-유능하고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 :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가 있음을 확신하며 ‘의미’는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좀더 크고 넓은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두 번째 공통점은 유능하고 행복한 사람들은 ‘일과 사생활 사이에 조화를 이루고 있다. p 85
-‘여유’라는 것은 인생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가를 깨닫고 그 일을 선택해서 우선적으로 할 때 나타나는 정신적 개념이라고 여깁니다. p 86
-유능한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K.A. 펠드먼
행복한 사람은 급한 것보다 소중한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마틴 셀리그먼
...간단하고 당연한 결론은
‘유능하고 행복한 교육자가 되는 길은 학생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 p 93
-장점은 지적하고 단점은 질문한다.
-수업상담의 4가지 핵심
자발적 참여, 중립적 관찰, 자가진단, 긍정적 경험 p 121
-마이크로 교수법과 매크로 교수법
마이크로 교수법은 교수자가 하는 행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구체적인 기술적 요소, 이를테면 기법차원을 뜻함. 비디오 판독과 피드백에 용이한 요소임
매크로교수법은 교수자의 가치관, 교육철학 등을 포함함 p 135
-다섯 가지 응급교수법
1. 지식 중간도매상이 아니라 지연 컨설턴트: 학생과 지식과 지혜의 만남을 주선하고 이들을 하나로 합하게 돕는 융합의 전문가
2. 알고 있다에서 ‘할 수 있다’로
3. 학습동기를 부여하라.
4. 구시대교수법에서 첨단교수법으로
5. 교수법에 의지하지 않는다. p 138
-주의력 장악하기는 수업의 전제 조건입니다. ‘훌륭한 수업’을 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수업의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p 141
-1988년부터 미국에서는 위기에 놓인 학생에 대한 추적조사가 12년간 실시되었다. 25599명의 중2학생들의 위기도를 측정하여 세 그룹으로 나누어 저위기 71%, 고위기 7.2%, 중간 21.9%로 나타났다. 4년 후 저위기학생은 94%가 고등학교를 졸업, 81.4%가 대학에 진학하였으나 고위기 학생은 66%만 고등학교 졸업, 44.7%만 대학으로 진학, 8년 후 저위기학생 52.3%가 대학을 졸업, 고위기학생은 21.2%만 졸업했다. 이 장기추적 연구결과, 중2때 나타난 위기는 학업미달, 중퇴, 진학포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 학생의 진로와 사회 경제적 성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 p 178
-체벌을 하는 이유는 체벌의 교육적 효과성보다는 유용성(쉽게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 경제성(돈이 들지 않는다.), 예방성(다른 학생에게 보인다라고 한다.-John, Vorhaus p 184
-전두엽이 완성되는 시기는 평균적으로 27세이며 여자는 24세인 반면, 남자는 30세
-사춘기는 갓난아기 때와 같이 뇌세포의 연결망이 과잉생산되며 회질은 1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하며 시냅스가 너무 많아 다면적 사고를 못함. p 195
-두뇌의 발달에는 순서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생명유지에 필요한 뇌간은 태아 때 완성, 그 다음으로 감정과 관련된 변연계가 발달하고, 마지막으로 이성을 관리하는 전두엽이 발달함. p 196
- 소통은 이성적 대화가 아니라 감성을 통한 교류 p 199
-감정코칭의 5단계 : 아이의 감정을 포착하라, 아이가 감정을 보일 때를 좋은 기회로 여겨라. 감정을 받아주라. 감정을 의식하도록 도와주라. 바람직한 행동으로 선도하라. p 207
-학생들은 진정한 ‘學力’을 추구하지 않고, 學歷, 즉 스펙을 갖추려고 합니다. 스펙은 포장지와 같아서 푸는 동시에 쓰레기가 되지요. p 241
-평생학습이란 오로지 자신이 관심을 둔 곳에서 가능합니다. 평생교육을 스스로 추구할 수 있는 정보화 시대 인재는 관심사가 있어야 합니다. p 244
-학생들이 학습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먼저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즐거워해야 합니다. p 248
-발명에는 ‘독창성’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혁신에는 ‘적절성’이 필요합니다. 독창성과 적절성이 동시에 작용해야 창의력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p 257
-저는 창의력의 핵심을 기초지식, 퍼지사고력, 호기심, 모험심, 긍정심, 허심으로 봅니다. p 260
-창의력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허락하는 것. p 274
-학생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모르기 때문에 학생이 실수하는 것은 배우는 학생의 권리다.
하지만 학생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배워야 할 책임이 있다. 가르침이란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을 책임지도록 돕는 것이다. p 291
-머리뇌와 배뇌가 서로 독립적인 뇌이기 때문에 서로 지시 사항을 주고받습니다. 배 뇌는 머리 뇌로 90퍼센트의 정보를 보내고, 10퍼센트의 정보를 받는다고 합니다. ...원시시대에는 먹을 거리가 생사를 좌우했지요. 그래서 음식물이 뱃속에 들어오면 즉석에서 분석하고 판단해야합니다. ...그래서 배는 두뇌를 거치지 않고 배에 독립적인 ‘뇌’를 두게 돠었다는 진화론적 설명이 가능합니다.p 324
-하드매스 연구소에서 교사에게 권하는 불안정한 학생을 돕는 세 가지 방법
선생님의 목소리 크기와 톤을 낮춰라.
심호흡을 하라
고마움을 느껴라.
-대충이란 12방위의 정중앙을 뜻합니다. 그러니 모든 면을 두루 살피고 고려해서 중심되는 것을 하라는 뜻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사소한 것에 매달리지 말고 핵심 위주로 하라는 뜻입니다. 대충은 무극이기에 불분명하고 모든 것의 핵심이기 때문에 모호합니다. 이는 미리 계획을 세워서 계획대로 추진하는 경직된 사고력이 아니라 그때그때 변할 수 있는 상황의 모든 면을 고려하는 고도의 유연한 판단력이 요구되고 거기서 나오는 결론은 단순한 흑백 논리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p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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