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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과 가르침

우리가 만드는 미래학교

by 뭇새 2013. 4. 24.

우리가 만드는 미래학교/시민교육연구회 편저, 류호섭 옮김

 

 

 

  3월에 옮긴 곳에서 내가 맡은 업무 중의 하나가 교과교실제이다. 이 교과교실제와 관련해서 1박2일 워크숍을 갔다가 책 한 권을 소개받았다. 교과교실제 중앙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동의대 류호섭 교사가 번역한 '우리가 만드는 미래학교', 부제가 '후쿠이시 시민중학교의 학습환경 구축 이야기'이다.

 

교과교실제가 시도된 것은 7차교육과정부터였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나 버려, 그렇게 조성했던 학교마저도 시설을 바꾸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이명박정부 교과부에서 교과교실제를 의욕적으로 시행하여 전면 교과교실제라고 할 만한 선진형교과교실제와 교과교실로 가는 맛보기 형태인 과목중점형 교과교실제로 구분되어 대부분의 학교에서 구축, 운영 중이다. 당초에는 2014년에는 전 학교에서 선진형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지금은 조금 완화되어 희망학교에 한하여 선진형으로 전환할 예저이라고 한다. 있는 중이다..

 교과교실제란 교과의 특성과 학생의 학습능력을 반영한 학생 맞춤형 수업을 지원하는 학생 중심의 학교 운영방식으로 교과별로 특성화된 전용교실을 갖추고 학생들이 교과교실로 이동하여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교과교실제는 대부분 신축, 또는 개축하는 학교를 이러한 운영방식이 가능한 학교로 만들어나가고 있는데 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의 학교에 이 방식을 단 기간에 적용시키려고 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당초에는 시설과에서 시설 구축의 측면에서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학교는 계획된 대로 시공한 후 학생과 교사에게 주어진 대로 사용하라고 하여 왔다. 그 시설을 사용할 학생과 교사의 입장, 교육과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교육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교육과정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기 어려웠다. 말 그대로 '19세기의 학교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를 살아갈 학생'을 가르치는 형태가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시설은 과거 그대로인데 그  속에서 새로운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과정을 적용하라고 하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교과교실제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과정과 결합한 환경구성, 공간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시절 강의실을 찾아가던 경험밖에 없는 지금의 교사들에게 자신의 교실을 갖고 교실에서 찾아오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을 생각한다면 교과교실제에 대한 교사의 만족도는 높다고 한다. 하지만 단지 교실을 리모델링해서 조금 나은 시설로 만든 것일 뿐, 학생의 입장에서는 이동해야하는 불편만 있다면 학생의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교과교실제는 시설이나 기자재의 구축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집을 지을 때 토대를 튼튼히 하기 위한 첫 삽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교과교실제는 시설 구축이 교과교실의 핵심인 듯이 진행되어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것은 구축 단계의 시설, 기자재 선정 등에 있어서 전문성이 없는 교사에게 전적으로 그 일을 맡기고 진행하는 데 따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교과교실제는 시설 구축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서 그 일이 학습환경 구축이라는 더 큰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려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우리가 만드는 미래학교'는 비록 일본의 사례이기에 우리와 생태적 환경이 다르다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 구축과정을 보면 우리가 현재 지나치게 속도와 양적 팽창이라는, 과정보다는 결과 위주의 실행과정에서 저지르는 시행착오를 되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하여도 시행착오는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교육, 학교, 학습이란 고정 불변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교과교실제여야 하는가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진 사람에게는 조금의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과교실제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교실의 이동이라든가, 교과 특성을 살린 교실환경 구성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그곳에서 배움이 이루어지고  배움의 흔적이 축적이 되면서 배움이 확산되게 하는 곳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학교는 학습공동체가 생활하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습이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교사, 학생이 서로 주고 받는 관계로 변해가야 할 것이다.

  

 밑줄 그은 부분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지식의 소모가 극심한 시기이다. 축적된 지식과 기능은 새로운 지식과 기능의 개발로 인해  순식간에 진부한 것이 되어 버린다. 기억하는 것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배움의 핵심이다. 11쪽

 

-우리들은 어린이들에게 해답이 없는 과제에 과감하게 몰두할 수 있는 학력을 한 시라도 빨리 키우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지식 주입형 수업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시스템의 존재이고, 그 대표적인 것이 학교 건축이다. 12쪽

 

-두 번째는 교사의 학력관과 능력관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1쪽

 

-교사라는 직업의 특징은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과 달리, 개개인의 연마만으로는 우수한 교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는 지극히 조직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소속된 학교라는 조직의 개혁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는 한 교사의 학력관과 능력관의 전환은 있을 수 없다. 12쪽

 

-교사의 전문성은 그 협동성에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생각과 교사의 바람, 이 두 가지가 서로 힘을 합쳐 교육이 성립한다. 혹은 교사끼리 협동하지 않는다면 교사는 발전하지 못한다. 24쪽

 

-시민중학교가 크게 변한 것은 교사가 변했기 때문이다. 교사가 변했다는 것은 교장이 학교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교사에게 믿고 맡겼기 때문일 것이다. 24쪽

 

-교과센터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교과 및 학교생활과 관련 있는 '학교문화의 창조'다. 학교가 교사의 지도, 학생의 지식 습득이라는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벗어나 학생이 생활 속에서 과제를 발견해 서로 협동하고 해결해나 '서로 배우는 공동체'로 성장해가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장치가 학교 건축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37쪽

 

-이동의 이유는 교과교실 안에 학생의 '배움의 흔적'이 축적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제 해결을 위해 조금 앞서간 다른 학생들의 '배움의 흔적'은 중요한 정보가 된다. 38쪽

 

-새로운 학습능력을 정말로 키우고자 한다면 전국의 중학교의 수업 시간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50쪽

  

-교육을 시대에 따라 바꾸어 가려고 할 경우, 건물부터 변하지 않으면 모두의 의식은 변하지 않는다. ' 99쪽

 

-학교에는 현재, 과거, 미래가 함께 하고 있다. 100쪽

  

-'행위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무엇을 어떤 식으로 배울까하는 활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환경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그 활동에 어울리는 환경으로서의 학교 건축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113쪽

 

-참관 포인트를 '교사'에서 '학생'으로 전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업연구회의 주인공을  '수업자'에서 '참관자'로 전환한다. 상투적인 절차인 '수업자의 반성'은 그만두고 참관자가 학생의 반응과 행동이라는 관점에서 수업의 의의를 생각해 그 내용을 수업자에게 돌려준다. 끝으로 수업자가 수업과 수업연구회를 통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연구회를 마친다.  '교사의 행동'에서 '학생이 배우는 양상'으로 관점을 바꿈으로써 다른 교과 수업에는 별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풍조, 이른바 '교과의 벽'이 허물어지게 되었다. 155쪽

 

-좀처럼 오랜 세월 동안 몸에 밴 교사의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 이 '바뀔 수 없는 교사' '변하지 않는 수업'에 대해 결정적인 한방, 그것이 '70분 수업'으로 이전 개교 2년 전인 2006년부터 시작됐다. 교과센터 방식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교실의 이동시간을 겨냥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통상 50분 수업이라면 강의 중심으로도 성립되겠지만 설마 70분간 강의를 하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학생도 교사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다. 탐구적인 수업, 협동 참가형의 수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골조다. 161쪽

 

-쓸데없는 회의는 없애고 연락해야 할 것과 협의해야 할 것을 구별했다. 167쪽

 

-걱정하기보다 실행하는 것이 상책이다. 175쪽

 

-같은 교과의 수업이 항상 인접해 행해지는 교과센터 방식의 훌륭한 점은 매시간이 교재연구, 수업 연구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75쪽

 

-학교의 주인공은 학생이다.

 학교라는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은 교사다

 학교는 발을 들여놓는 모든 사람에게 '배움의 집'이 되길 바란다. 245쪽

-건물의 모습은 학교 교육의 내용에 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