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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과 가르침

일본의 교과교실제 학교를 찾아서

by 뭇새 2013. 9. 4.

일본의 교과교실제 학교를 찾아서

  2013년 7월 8일부터 12일까지 4박 5일 동안 교과교실제 담당자 선진지 현장체험연수를 다녀왔다. 7월이라 날은 무더웠고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교과교실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일본의 중, 고등학교 6교를 견학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였다. 다녀와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방학중의 행사를 치르느라 연수의 의미를 차분하게 새겨볼 시간이 부족하였다. 거기다가 미룸으로 인한 게으름의 발동으로 기록을 남기지 못하였다.

  기록이란, 기억의 보조장치이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이란 참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이,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조차도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왜곡을 시작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기록은 기억이 왜곡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을 읽은 기억도, 여행을 다닌 기억도, 사람에 대한 기억도 남기지 않으면 소멸되어 갈 뿐이다. 기록이 남아도 삶은 결국 소멸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소멸에 대한 안간힘이 기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7월 8일 09시 KE 775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10시 50분 이시가와현의 고마츠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고마츠 공항은 작고 소박했다. 첫 번째 견학지는 후쿠이현의 사카이시립 마루오카미나미중학교이다. 학교의 공식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이동 도중 휴게소에서 마련된 도시락을 먹었다. 일본은 도시락이 다양하기로 유명한 나라답게 초밥과 반찬, 물을 부으면 된장국이 되는 스프가 들어 있었다. 일본음식은 양이 적다고 소문나 있는데 예상외로 양이 많아서 남겨야했다.

 

 

 

 

 
 

  후쿠이현은 농촌지역이라 논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높은 산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가이드 말로는 일본은 쌀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일부러 이모작을 하지 않고 국가에서 보전을 해준다고 한다.

 

 

  마루오카미나미중학교는 2004년 작은 학교 만들기의 일환으로 미루오까중학교에서 분리하여 개교하였다고 한다. 주변 풍광을 고려하여 학교를 만들었으며 교과센터방식을 후쿠이현에서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교과학습센터방식은 일본에서도 그리 많지는 않았고 성공적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원인은 살펴보니 학생들의 생활을 교사가 관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학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는 문제의식에서 그 극복안으로 세 가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첫째, 미디어센터 설치, 교사연구실 근처에 미디어센터를 구축해서 학생의 행동을 언제든지 관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의 경우 미디어센터라고 하면 미디어라는 용어에 집착하여 첨단 기자재의 구비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의 경우는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데, 학습결과물의 축적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다. 우리는 하드웨어에, 일본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이동에 따른 학생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건물은 2층으로 배치하여 덜 오르내리도록 하였다. 학교 전체가 개방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통기가 잘 되고 밝은 분위기가 되도록 하였으며 막다른 복도를 만들지 않고 오픈 스페이스를 많이 만듦으로써 사각지대를 덜 생기도록 만들었다.

 

셋째, 스퀘어제, 기존의 1, 2, 3학년제를 5개의 스퀘어로 만들었다. 1개의 스퀘어에는 1, 2, 3학년 각 한반씩을 배치하여, 학교 안에 작은 학교가 5개 되도록 만든 것이다. 상급생과 하급생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서로 견제가 되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짊으로써 왕따가 없어지고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고 자랑하였다.

 

  2007년 일본건축대상을 받았다는 학교건물은 빛과 바람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4개의 안뜰을 만들어 두어서 어떤 교실이든지 한 면은 그 안뜰을 보도록 만들어져 전체적으로 여유로웠다.

우리나라 학교의 교실들은 대부분 똑같은 형태, 높이를 가진 직사각형인데 비해서 일본의 학교들은 특별실의 경우 높은 천정을 가진 교실도 있었고, 죽은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공간 활용이 돋보였다. 특히 학교의 중심인 도서관을 중심으로 하여 안뜰을 둘러싸면서 입체적, 연속적으로 다목적홀, 컴퓨터실, 식당 등의 오픈 스페이스와 각 교과의 미디어센터가 나선형태로 연결된 방식은 건축대상을 받을 만한 하였다. 복도가 단순히 이동의 공간이 아닌, 생활공간, 학습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햇살이 떨어지는 다목적홀의 마루계단 위로는 다른 교실로 이어지는 복도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 또한 특이하였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7월의 더위에도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으로도 견딜 수 있을 만큼 바람이 자연스럽게 드나들고 있었다.

이후 여러 학교를 견학하였지만 마루오카미나미 중학교의 교과학습센터를 넘어서는 시설은 별로 발견할 수 없었다. 15학급 규모 정도의 농어촌의 중소 규모 학교라면 이 학교를 전범으로 삼아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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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오카 미나미중학교를 나와서 숙소인 후쿠이현 아와라온천지역으로 가기 전에 사카이시에 있는 마루오카성에 들렀다. 마루오카성은 1576년 시바타 카즈토요가 축성한 성으로 망루인 천수각은 현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돌계단을 올라 천수각 안으로 들어가니 안에서 다시 2층과 3층계단으로 오르게 되어 있었다. 밖은 무더웠지만 3층까지 오르니 시내 전경이 시원하게 보이면 바람 사방팔방으로 들어와서 시원하였다. 사진자료를 보니 벚꽃 필 풍경이 아름다운 모양인데 벚꽃은 볼 수 없었지만 천수각 앞의 잘 생긴 소나무는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일정이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주상절리로 유명한 도진보로 갔다. 더위와 카페인 부족으로 다들 도진보에 가서 차가운 커피 한 잔을 기대했었는데 평일이어서인지 제법 유명한 관광지라고 하는데도 상점들은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다. 세계적으로 세 곳밖에 없는 휘선안산암 주상절리라고 하나 그 규모에서는 제주도나 경주 읍천항 주상절리에 비할 바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 숙소는 아와라온천호텔이었다. 2인실의 다다미방이 좁긴 했지만 정갈했고. 노천온천이 잘 되어 있고, 더욱이 한적했다. 정원에는 족탕을 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다. 일본온천에 가면 투숙객들에게 모두 마련된 유카타를 입게 하고 다다미방에서 1인상의 저녁을 준다. 유카타는 목욕할 때 몸에 남은 수분을 흡수시키기 위한 것으로 유카타비라의 줄인 말이다. 하지만 요즘 온천호텔에 있는 것은 대부분 목욕가운 비슷한 네마키라는 옷을 비치해 둔다고 한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인 듯하였다. 어떤 이는 이 옷이 편하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 옷을 입힘으로써 일본화시키려고 하는 강한 의도가 있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일본음식은 고춧가루를 전혀 쓰지 않는 것 같다. 자극적인 음식이 없으니 속은 편안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저녁으로 나온 두툼한 생선회ㅈ는 내 체질이 아니라 썩 내키지는 않았다. 고춧가루에 대한, 초고추장에 대한 그리움이 잠시 생겼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온천마을 구경을 나섰다. 온천호텔 앞에 작은 신사가 있었다. 한자를 보니 전중온천 약사신사라고 되어 있다. 밭 가운데의 온천에 있는 약사신사라는 뜻인가 보다. 새벽부터 기온이 심상치 않은 것이 낮에는 푹푹 찔 것 같았다. 이른 시간이라 차만 몇 대 간혹 지나갈 뿐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온천탕을 한번 더 하였다. 지인 중 한 명은 일본에서 가져가고 싶은 유일한 것이 일본온천이라고 하더니...

 

  7월 9일 둘쨋날 찾아간 학교는 후쿠이시립아고중학교다. 첫날 방문한 학교는 15학급인데 비해서 아고중학교는 6학급 120명의 작은 학교이다. 이 학교 역시 기존 학교에서 분리하여 2012년 새 교사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6학급 규모의 작은 학교이다 보니 학교 건물은 단층으로 되어 있으면 중간에 있는 바람의 광장을 중심으로 1, 2, 3학년의 생활교실이 개방형으로 둥글게 배치되어 있다. 교과교실은 그 생활교실을 둘러싸고 배치되어 있었다. 바람의 광장에 전교생이 모일 수 있다고 하였다. 생활교실은 완전 개방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조, 종례, 급식, 도덕수업, 클럽활동 등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고중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은 ‘사회참여형 학력’이라고 하였다. 학력이 사회참여와 연계되어 교육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을 모집하여 아기 키우는 체험을 실시하고 있었다. 1, 2세 정도의 아이와 엄마가 학교교육에 참여하고 학생들이 아이를 안아보게 하고 우유를 먹이게 하는 등의 체험을 하였다. 이런 체험을 계획하고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었다. 생명에 대한 존중, 육아의 어려움, 보람을 체험하게 하는 깊은 뜻이 느껴졌다.

또한 2012년 분리되기 이전까지 초, 중학교가 합동으로 있었던 전통을 살려서 초, 중 연계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중학생들이 초등학생을 인솔하여 공원을 청소하거나, 초등학교에 딸린 보육원을 청소하는 활동, 만남의 음악회, 합동체육대회, 중학교 설명회 등을 운영하였다.

 

 

 

 

이곳 또한 마루오까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안뜰을 두고 있어서 학교가 전체적으로 공공건물이기보다는 가정적인 분위기를 주고 있었다. 학교건물이 주는 독특한 압박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10학급 이하의 우리나라의 작은 학교도 이런 모델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나와서 우동정식으로 점심을 먹은 후 어제 도착했던 고마쓰공항에 가서 일본 국내선을 타고 하네다국제공항으로 갔다. 도쿄로 이동한 것이다.

 

 

오후에는 학교견학이 없는지라 도쿄 관광차 유명한 쇼핑센터인 비너스포트에 들렀다. 이어서 도쿄에서 유명한 관광지라고 하는 아사쿠사 센쇼지로 갔다. 아사쿠사는 에도시대의 전통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관광객은 물론 일본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전통의상을 입은 일본인들이 많이 보여서 ‘일본이구나’하는 느낌이 전해졌다.

 

올해로 개원 160주년이라는 아사쿠사 일대는 센쇼지를 중심으로 신사나 절 앞에 발달한 시가지로 발전했다고 한다. 절 문 앞으로 ‘나카미세’ 거리에는 양 옆으로 전통 가게들이 즐비하게 이어졌다. 절 안으로 들어가니 붉은 꽈리를 팔고 있다. 꽈리화분을 사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아사쿠사 센소지의 꽈리시장은 매년 7월 9일에서 10일까지 이틀 동안 열린다고 한다. 원래 관음보살의 잿날을 매월 18일인데 그것과는 별개로 무로마치 시대 이후로 ‘공덕의 날’이라고 불리는 잿날을 추가하였다고 한다. 매달 하루씩 마련된 이 날에 참배를 하면 백일분, 천일분의 공덕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 왔다. 특히 7월 10일의 공덕은 천일분의 공덕을 쌓을 수 있다고 믿고 있어 그 전날인 9일부터 참배객이 몰린다고 한다.

이 이틀 동안 호오츠키(꽈리) 시장이 센소이 경내에서 열려서 270개 정도의 점포에서 꽈리를 판다. 왜 꽈리인가 했더니 꽈리는 물과 함께 삼키면 어른은 배앓이를, 아이들은 벌레로부터 보호가 된다는 설과, 원래 꽃말은 ‘거짓’인데 일본어로 喜로 해석되어 집에 장식해 놓는다고 하기도 하였다. 어찌 되었든, 경내에서는 꽈리를 사고 파느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나라의 절은 한적함이 그 특징인데 일본이나 중국의 절은 번잡함이 특징이다.

 

7월 10일 연수 삼일째날이다.

숙소에서 차를 타고 치바현으로 가야 하는데 출근시간이라 일찍 출발하였다. 치바시립 우타세중학교에 도착했다. 치바현은 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일종의 신도시이다. 유럽풍으로 만들어진 시가지가 깔끔하다.

 

 

  우타세중학교는 1995년 개교 당시는 학년당 5학급 규모로 지어졌는데 지금은 학년당 9학급, 27학급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교실이 부족하여 건물을 증축하였다. 그러다보니 교과교실제의 모습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산과 같은 대도시의 교과교실학교의 상황과 가장 비슷한 학교였다.

이 학교는 미디어센터가 되는 오픈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교과교실, 준비실, 연구실이 배치되어 있다. 1층에 국어, 사회의 인문분야, 2층에 영어, 3층에 자연과학, 1, 2층에 창작블록을 배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과교실이 미디어센터, 교과교실, 연구실로 구성되고 있는 것과 유사했다.

 

 

 

 

 

 

 

 

 

  학교 교육의 특징으로는 하루에 수업 종을 8시 10분, 점심시간 직전, 하교 시간에 세 번만 치며, 1, 2시간용의 보조가방을 활용하여 이동하고 있었다. 이동수업을 하는 학생의 파악을 위하여 매 시간 출석부를 학생 대표가 소지하고 이동하였다. 또한 현재 교과교실에서 어떤 반이 수업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나무로 된 학교표지판을 교실 앞문에 놓아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교사들은 오전에는 교사연구실에서, 오후에는 직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를 둘러본 후 남녀학생 2명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교과교실의 장점으로 시간의식이 생기고, 교과교실에서 수업을 하니 마음이 새롭게 되어 집중이 된다고 하였다. 단점으로는 학생수가 많아서 혼잡하고 이동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였다. 규모가 큰 학교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먹고나서 도쿄도립 하루미종합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종합고등학교이다보니 건물이 마치 대학처럼 보였다. 시험 기간이라 학생들은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이 학교는 1학년은 일반고등학교와 유사한 학습을 하고 2, 3학년부터 계열을 선택한다. 따라서 1학년은 홈룸교실에서, 2, 3학년은 홈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종합고등학교이기 때문에 진로선택을 위한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을 자랑하고 있으며, 졸업 후의 진로와 연계한 시간표를 스스로 짜고 있다. 6개 계열로 나누어져 있으나 필수과목 외 2/3는 본인 스스로 선택한다고 한다. 이 학교 역시 수업시간종을 치지 않고 스스로 시간관리를 하도록 지도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3학년에서 스스로 테마를 정하여 과제연구를 실시하는데 주제 설정에서부터 논문 완성까지 담당교사의 지도조언을 받아서 진행한다고 한다.

학교의 규모가 아주 커서 관리문제를 문의하니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일부는 학생이 청소를 한다고 하였다. 교과교실제 운영으로 인한 이동의 불편 해소를 위해서 2시간 블록타임을 운영하며 3교시와 4교시 사이에 15분의 휴식시간을 배치하였다고 하였다.

 

학교 방문 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자랑하는 높이 634m.의 스카이 트리를 올랐다. 지상 350m의 전망대에서는 도쿄의 전경을 볼 수 있어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전망대까지 오르는데만 입장료가 2000엔이었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도쿄는 강 사이로 건물들이 밀집하였다. 섬나라라 매립한 곳이 많다고 하더니 우리나라의 도시처럼 산과 도시가 어우러진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평지에 세워진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경을 볼 수 있다면 조금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았다.

  

 

 

일본 연수 4일째, 날은 여전히 아침부터 덥다. 오늘의 견학지는 카리타스여자중고등학교와 츠루미대학부속중고등학교다. 카리타스여중고는 가톨릭학교, 츠루미대부속중은 불교계학교다.

캐나다 퀘벡 카리타스 수녀회에서 설립한 카리타스여자중고등학교는 첫인상이 귀족학교로 느껴졌다. 1년에 내는 학비도 상당하였고, 카리타스초등학교에서 80명은 자동으로 진학을 한다고 하였다. 건물 안은 전체적으로 목재로 되어 있어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학기말 시험을 끝내고 수업이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서 학교에 있는 학생들이 많아 학교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961년 개교하였고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내진진단을 받아 개축하게 되어 2005년 건설공사를 시작하여 2007년 완공되었다. 교과교실 옆에 홈베이스를 두고 있었는데. 홈베이스는 교과교실과 미닫이문으로 차단되어 있지만 문을 열면 같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인접한 교과교실을 학급교실로 조종례 등에 활용하였다. 홈베이스에는 소파와 탁자 등을 배치하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학습과 담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되 어 있다. 교과교실과 교과교실 사이에 교사연구실을 두고 교사 연구실 앞은 미디어센터와 연결되어 있어 개방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전교생 1100명의 중고연합 교과교실제 학교이며, 수업종도 울리지 않지만 학생들 스스로 자율의식이 생겨 수업에 늦는 학생이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교과교실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교실 간 이동에 관한 실측조사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학년배치와 시간표 작성, 교실 배분을 한다니 본받을 부분이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1층에 자리잡은 천정이 높은 넓은 도서관, 일본 학교의 특징인 듯한 안뜰, 안뜰 주위에 놓인 카페테리아 같은 테이블 등 부러운 것들이 많았다. 특히나 다른 학교와는 달리 학교 전체에 냉방이 나오고 있어 시설 관람하는 것이 아주 쾌적하였다. 이러한 시설을 구축하는 데 든 비용을 물으니 48억 엔이라고 하는데 모두 학교 자체 예산으로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견학한 6개 학교 중 가장 부러운 학교였다.

 

오후에는 마지막 견학지인 츠루미대학부속중고등학교로 갔다. 총지사를 재단으로 하는 불교계학교로 여학교로 운영하다가 6년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하였다고 한다. 버스가 올라가기에는 골목이 좁아서 총지사 앞에 차를 두고 학교까지 걸어갔다.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이 더위에 학교 관계자분들이 나와 있었다.

이 학교 역시 2006년 신교사를 신축하면서 교과교실제를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은 학년당 8학급이 넘으면 중고를 분리한다고 한다. 이 학교는 현재 중고 통합하여 1000명 정도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었다. 학교 규모에 비해서는 학생수가 적었다. 1500명 규모의 대형 강당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였는데 무대 위에는 불상이 놓여 있어 이채로웠다.

 

 

 

 

 

 

 

다른 학교에 비해서 컴퓨터 등의 기자재가 교실마다 구비되어 있었고, 교과교실과는 별도의 홈룸이 있어 가장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교과교실제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공간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남녀공학 전환, 교과교실 도입 등의 노력을 하고 있었으며 특히 중고 6년을 3stage로 나누어 중1,2, 중3 고1, 고2, 3 나누어 운영하고 있었다. 학습 결손의 누적을 방지하기 위하여 스몰스텝으로 나누어 지도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교과교실제 운영 이후 교사는 가르치는 방식이 효과적으로 되었으며 학생은 무엇을 배우러 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아쉬운 점은 행재정적으로 시설 및 선택수업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들었다.

 

4일째 저녁, 가이드가 배를 타고 저녁을 먹는다고 해서 아주 기대를 했는데 통통배 정도의 배를 타고 가면서 계속 나오는 다양한 종류의 생선튀김을 먹었다. 해가 지고 불이 들어오자 레인보우 브릿지가 다르게 보였다. 야경을 봤어야 했는데 너무 일찍 배를 타는 바람에 본격적인 야경이 드러날 무렵 배에서 내렸다.

마지막날 밤은 도쿄 자유여행 시간이 주어졌지만 무더위에 빡빡하게 이어진 공식일정의 피곤이 더하여 대부분 숙소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방송을 들으니 한국도 연일 폭염으로 힘들다고 하였다.

 

마지막날을 특별한 일정 없이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김포에서 김해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내려오니 거의 하루가 다 걸렸다. 비가 약간 뿌리기 시작했다. 일본에 가져갔던 우산을 한국으로 돌아와서 쓰게 되었다.

 

교과교실제 현장연수를 다녀온 지 어느 새 한 달이 넘었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흩어져버릴 것 같아서 흩어지는 기억을 붙잡는 안간힘으로 글을 쓰기는 했지만 역시 기록은 현장성이 중요하다. 곰삭여서 쓸 글이 아니라면 생생한 현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교과교실제, 장단점에 대해서는 논란도 많고 그 논란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정부 때 시작한 사업이라 박근혜정부에 들어서는 전면시행에서 약간 주춤거리고 있다. 과목중점형 교과교실은 중단이고, 선진형 교과교실제만 계속한다는 정책의 변화가 있었다. 사실 과목중점형으로는 교과교실제라고 말할 수 없는 제한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본과 한국,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라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기본틀은 비슷한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전통과 문화와 역사가 다르니 당연한 일이다. 신속하게 정책을 펴나가는 점에서는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강점으로 다 덮어지지 않는 문제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실이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습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가치이다.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시설이 우선 구비되어야 하는 것은 인프라 문제이다. 그러나 인프라가 구축되고 난 뒤에는 무엇을 위해서 그런 인프라를 구축하였는지를 잊기 쉽다. 시설투자, 기자재 구입에 지나치게 많은 힘을 쏟고 있지만 시설이나 기자재는 시간이 지나면 낡아서 수리해야 하거나 교체해야하는 일이 반복된다. 일본은 교실의 구조, 배치에 있어서 무엇을 중시해야하는가를 분명히 하였고, 신설하거나 개축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해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립의 경우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었고, 사립학교는 학교 자체적으로 추진하였다.

우리는 관 주도로 일사분란하게 신속하게 진행하였다. 모델이 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서 운영한 다음 점검할 시간도 가지지 않고 양적 확산에 치중하였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제도, 어떤 정책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인간의 요구조건은 너무나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원칙에서 중심은 학생이 되어야 한다, 미래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이 즐겁게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안전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원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