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장하게 내렸다.
비 그친 뒤 바다에 나가니 바람은 아직 따스하기조차 하다.
일광해수욕장 옆 데크를 걸어서 학리까지 가 본다.
바닷가 절벽의 해국들은 이미 져서 말라가고 있다.
파도가 제법 세서 몽돌들을 끌고 왔다가 밀려가는 해조음이 감미롭기조차 하다.
고승들은 저 소리를 들으면서 득도를 한다는데, 어둔 밤에 바닷가절에 앉아서 저 소리를 들으면
그리 될 것도 같다.
학리는 이천마을이나, 일광해수욕장 근처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어촌풍경이 남아 있다.
까만 플라스틱 대야 테두리에 끼인 낚시바늘에 잘린 작은 고기들을 달고 있다. 미끼를 매달아 놓는 것이다.
눈 앞의 미끼에 홀린 물고기들을 잡는 방법이라고 한다. 눈 앞의 미끼 앞에 의연할 수 없기는 생명 가진 것들의 영원한 한계인가 보다.
마을 고샅길로 들어가 본다. 다행히 개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먼 바다와는 달리 바람도 없이 햇살이 따스하다.
돌담, 벽돌담, 시멘트담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골목길
열린 문으로 들여다 보니 미끼에 끌려 생을 마감한 물고기들이 내장을 빼앗긴 채 해풍에 말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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