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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풍경/일광바다 산책

겨울바다, 일광

by 뭇새 2020. 12. 19.

 

날씨가 겨울답게 영하로 떨어져 한동안 방구들에 빌붙어 빈둥거리다가 오랜만에 겨울옷을 챙겨 입고 바다에 나가보았다.

날이 풀렸다고 했는데 신도시 가운데로 흐르는 작은 개울물은 아직 꽝꽝 얼어 있다. 부산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얼음이 신기했는지 어린 형제가 내려와서 얼음을 꽝꽝 발로 차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뭘 해도 즐거울 나이다.

바다에 닿았다.

겨울바다는 다른 계절보다 색이 선명하다. 겨울바다에는 미역줄기나, 파래들이 자라고 있다.

그것들이 백사장 가까이까지 올라와 있고 얕은 물에 떠다니고 있다. 그 덕에 물빛은 가까이는 연한 색빛, 멀리로는 짙은 색빛으로 다른 계조를 보이면서 수평선을 여러 개로 만드는 것처럼 일렁거리나 보다.

오랜만에 갈매기도 만난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내가 좋아하는 바위 위에 사진을 찍어보라는 듯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가까이 갔더니 백사장 위에 앉은 세 마리도 반갑다.

언제나 그렇듯 가까이 가면 그들은 토라지는 연인처럼 훌쩍 날아가버린다.

맨발로 걷기엔 날이 차가워서 신발을 신은 채 백사장을 걷는다. 맨발보다 걷는 데 더 힘이 든다. 물 빠진 모래는 제법 깊이 파이면서 내 몸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백사장 오른쪽 끝까지 걸어가니 밀려온 해초들과 조개껍데기 가루, 소금기에 썪은 나무가루들이 밀려와 백사장에 그림을 그려 놓았다. 바람과 파도가 이들을 붓 삼고 백사장을 이젤 삼아서 그림을 그렸다.

바람과 파도의 콜라보를 즐기면서 걷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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