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적 시선으로75 죽성 등대-2017년 9월 3일 오랜만에 두모포로 일출 구경을 나섰다. 마을로 들어서니 해는 이미 등대 근처 구름 속에 몸을 감추고 빛만 내리고 있다. 아침부터 평상에 나와 앉은 어르신 한 분이 눈 상한다고 선글래스를 쓰고 사진 찍으라고 하시는 말씀이 정겹다. 한 동안 이곳에 들르지 않았더니 풍경들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예전 집들은 자꾸 사라지고 사라진 집 대신에 낯선 카페들만 늘어난다. 익숙한 것은 집집마다 밖에 나와 앉은 각양각색의 소박한 평상들... 아침빛에 빛나고 있는 죽성 드림성당을 지나 차가 다닐 수 없는 마을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 본다. 검은 색 고양이 한 마리가 경계하면서도 달아나지 않고 쳐다본다. 골목에 나와 있는 자전거 한 대 의자 하나 아침이라 그런지 적막하지 않다. 햇살이 따스한 덕분이다. 아침빛은 시멘트 담장.. 2017. 9. 8. 연두와 초록 연두와 초록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 활짝 연 다음 일찍 돋아온 햇살 맞이하고 하얀 모자 챙겨 쓰고 굽 낮은 운동화 걸치고 나서 보면 연두가 연두 연두 넘쳐 초록으로 사태 날 작정인 박치골에서 하얀 미나리냉이 같은 맑은 물 한 사발 마시고 또 한 봄을 젖셔 볼 일이다. 연두는 연두고 초록은 초록이다. 연두는 연두여서 좋고 초록은 초록이어서 더 좋다. 2017. 4. 24. 반곡지 그리고 호명지 도화 대구 다녀오는 길에 경산 반곡지에 들렀다. 비가 온다고 하였는데 날이 맑다. 반곡지 복숭아꽃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복숭아나무들은 저수지 근처에서는 조금 멀리 있고 많이 져 버렸다. 오히려 반곡지 주변의 왕버들의 초록이 눈부셨다. 신록예찬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다. 멀리서 보는 것보다는 가까이 가서 보면 더 연두연두 피어나는 연두빛이다. 물이 좋아 물 가까이 새로돋는 머리채를 늘어뜨린 그들은 늙어도 늘 젊은 모습이다. 반곡지에서 4km 정도 떨어진 호명지 저수지풍경은 황량했지만 주변의 도화원 풍경은 딱 절정이다. 비포장길을 홀로 들어가 맞은 도화들은 계곡물을 타고 내려오진 않아도 홀려서 가다보니 돌아설 길 없는 외길이다. 과수원으로 들어가 차를 돌리는데 분명 도화에 홀린 기분이었다. 2017. 4. 17. 과메기 때론 눈이 뚫어져 언 바람 속에서 눈물을 흘리던 때도 있었던 내 이름은 과메기 바람이 짜서 하루 더 익을 수 있었다 2017. 2. 24. 사라지는 풍경-일광 학리 겨울비가 장하게 내렸다. 비 그친 뒤 바다에 나가니 바람은 아직 따스하기조차 하다. 일광해수욕장 옆 데크를 걸어서 학리까지 가 본다. 바닷가 절벽의 해국들은 이미 져서 말라가고 있다. 파도가 제법 세서 몽돌들을 끌고 왔다가 밀려가는 해조음이 감미롭기조차 하다. 고승들은 저 소리를 들으면서 득도를 한다는데, 어둔 밤에 바닷가절에 앉아서 저 소리를 들으면 그리 될 것도 같다. 학리는 이천마을이나, 일광해수욕장 근처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어촌풍경이 남아 있다. 까만 플라스틱 대야 테두리에 끼인 낚시바늘에 잘린 작은 고기들을 달고 있다. 미끼를 매달아 놓는 것이다. 눈 앞의 미끼에 홀린 물고기들을 잡는 방법이라고 한다. 눈 앞의 미끼 앞에 의연할 수 없기는 생명 가진 것들의 영원한 한계인가 보다. 마을 고샅길.. 2016. 12. 27. 사라지는 풍경-일광 일광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일광해수욕장 주변도 나날이 바뀌어 간다. 한 계절이 지나기도 전에 옛건물들이 사라지고 새 건물이 들어서 있다. 예전 민박집이나 허름한 가게들은 헐리고 주로 카페 분위기의 새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이천 마을 앞 창고 같은 시장터는 아직 예전 모습 그대로인데 그 앞은 이미 변해간다. 동네 한 가운데 남은 옛날집은 새 건물들로 포위되어 버렸다. 떠날 때 떠나지 못했거나 떠나고 싶지 않은 고집이거나 그 어느 것이든 시간이라는 변화 앞에서 의연하기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 2016. 12. 21. 이전 1 2 3 4 5 6 7 8 ··· 13 다음